경찰, 청주 현장감식때 발견…“구조물 밑에 깔려있어”
거동불편 장애인 추정…소방관들 과실여부 조사
거동불편 장애인 추정…소방관들 과실여부 조사
불이 난 충북 청주의 주택에서 화재 발생 12일 만에 주검이 발견됐다.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화재 현장에서도 진화 13시간 만에 가족 네 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던 터라, 소방 당국의 화재 현장 수색·구조 작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 3일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의 주택 화재 현장을 감식하다가 불에 탄 주검 한 구를 발견해 조사중이라고 5일 밝혔다. 곽재표 청주상당경찰서 형사계장은 “시신은 이불에 싸인 채 건물 구조물 더미 밑에 깔려 있었다”며 “소방대원들이 불을 끈 뒤 현장 수색을 해야 하는데 이날은 정밀하게 살피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청주 동부소방서는 이날 해명 보도자료를 내어, “화재 진압과 동시에 인명 구조에 나섰지만, 방 안에 떨어진 천장구조물·장롱·이불 등이 바닥을 덮었고 화재 진압 당시 뿌린 물까지 한데 뒤엉켜 내부 정밀 검색이 어려웠다”며 “수차례 화재 현장 조사를 했지만 증거물 보존 문제로 감식에 제한이 있었고, 외부·육안 감식 등 기초 조사에 한정돼 결국 시신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방서 관계자는 “화재 당시 80대 노인들이 모두 대피한데다, 시신이 발견된 방의 문이 조금 열려 있어 이 방에 살던 세입자가 화재 현장을 미리 벗어났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불은 지난달 22일 새벽 4시38분께 발생해 30여분 만에 슬레이트지붕 구조의 1층 주택(73.46㎡)을 모두 태웠다. 집주인 박아무개(83)씨 부부와 세입자 박아무개(88·여)씨는 빠져나왔으나, 또다른 세입자 정아무개(45·시각장애 2급)씨는 화재 이후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시신이 정씨일 것으로 추정했다. 곽 계장은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며 “신원을 알아보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감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발견된 시신이 정씨라면 시각장애 때문에 화재 현장에서 대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집에 세들어 홀로 살아온 정씨는 장애 때문에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30여년 전부터 가족과 떨어진 터라 누구도 화재 뒤 정씨를 찾지 않았다. 연경석 청주상당서 강력팀장은 “유족까지 나서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4일 소방관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화재 진압과 현장 수색 과정 등을 조사한 데 이어 이들의 과실 여부도 살피고 있다.
충북도 소방본부는 대원들의 화재 현장 사후조처에 대한 자체 감사에 나섰으며, 대원들에게 인명 검색을 포함한 현장대응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다가구주택에서도 화재 진압 13시간 뒤에 가족 네 명이 숨진 채 발견돼 현장대응 부실 논란이 일었으며, 경찰은 소방관들의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