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기반 붕괴 우려
작년6월 32만마리서
반년새 12만마리로 급감
젖소 수송아지 사육포기
하루 200마리 질식사
작년6월 32만마리서
반년새 12만마리로 급감
젖소 수송아지 사육포기
하루 200마리 질식사
소값 파동이 농가의 과도한 송아지 생산 기피로 이어지면서 한우의 번식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2년 뒤에는 큰소의 공급이 부족해 거꾸로 쇠고기값이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육우(고기용으로 키우는 수컷 젖소) 농가들이 송아지 사육을 포기하면서 전국에서 하루에 200여마리씩 태어나는 젖소 수송아지 대부분이 죽임을 당하는 참상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일 통계청의 가축동향조사를 보면, 한우 송아지 생산(3개월 동안 태어난 송아지 수)은 지난해 6월 초 32만8311마리를 정점으로 꺾인 뒤 9월 초 20만8662마리, 12월 초에는 12만8163마리까지 급격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가에서 송아지 생산을 급격하게 줄이고 있는 것이다.
송아지 생산 기피는 산지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돼, 암송아지 1마리 값이 불과 한달 남짓 만에 40.4%나 추가로 폭락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지난달 초 117만3000원에서 올 1월2일 76만8000원, 5일에는 다시 69만8000원으로 내려앉았다. 1년 전 암송아지 1마리 값은 200만원을 웃돌았다. 한우 쇠고기 가격이 급락세에서 벗어나 최근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송아지값은 여전히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경제연구소의 안상돈 수석연구원은 “당장은 소 사육 마릿수 줄이는 데 온통 관심이 쏠려 있지만, 과도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송아지값이 계속 폭락해 결국 송아지 번식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지금의 송아지가 다 자란 2년 뒤에 쇠고기 출하 물량이 부족해 거꾸로 값이 폭등할 가능성을 이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이양호 식품산업정책실장도 “사실 2년 뒤가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송아지를 생산해 공급하는 농가들이 대부분 영세해서 가격 급등락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 전체 한우농가 16만3000가구(2011년 12월1일 기준) 가운데 91.3%인 14만9000가구가 50마리 미만을 사육하는 소규모 농가이다. 농식품부 권찬호 축산정책국장은 “우리 한우산업은 소규모 농가에서 암소를 키워 송아지를 생산하고, 이를 대규모 비육우 농가에서 공급받아 고급 한우로 사육해 출하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소규모 한우농가들의 송아지 생산 기피가 한우의 번식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민간 농업정책연구소인 지에스앤제이인스티튜트의 이정환 이사장은 “지금은 사육 마릿수 줄이기에 적극 나설 게 아니라, 오히려 송아지 번식 의향의 과도한 냉각을 막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값싼 쇠고기를 공급하는 육우산업은 이미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입 쇠고기와 경쟁하는 육우 값이 한우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육우농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로 젖소가 낳은 수송아지를 육우농장으로 출하하지 못한 젖소농장에서는 금방 낳은 수송아지를 대부분 질식사시키고 있으나, 정부에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참상’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렇게 땅에 묻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얼룩 수송아지가 하루 최대 200여마리에 이른다.
농협경제연구소의 안 수석연구원은 “육우산업은 낙농산업을 떠받치는 기반”이라며 “한우와 육우를 명확히 구분해, 육우산업을 살리는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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