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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변호사가 돈받고 ‘구치소 담배심부름’

등록 2012-01-06 20:34수정 2012-01-06 21:27

마약범한테 서류 등 위장 전달
한번에 200만원씩…불구속 기소
조아무개(52) 변호사는 2007년 1월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정아무개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법정에서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게 그의 임무였지만, 그는 정씨의 무료한 수감생활까지 도우려고 나섰다. “구치소에 담배를 들여보낼 때마다 200만원을 주겠다”는 정씨의 요청을 수락한 것이다.

이렇게 ‘통로’가 확보되자, 정씨의 여자친구인 신아무개씨는 같은 해 7월 정씨에게 보낼 담배를 정성껏 준비했다. 필터를 제거한 뒤 다림질로 부피를 줄인 담배 몇개비씩을 비닐랩으로 포장한 것이다. 그리고 소송서류로 위장한 100여장의 종이묶음의 중간 부분을 칼로 파낸 뒤 그 공간에 ‘선물’을 집어넣었다. 정성 들여 포장한 결과 담배 360개비(18갑)가 들어갔다고 한다.

조 변호사는 신씨에게서 이 선물꾸러미와 함께 ‘수고비’ 200만원을 건네받아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조 변호사의 가방에는 담배가 담긴 서류뭉치가 들어 있었고, 접견실에 나온 정씨의 손에는 재판 관련 문서로 위장된 서류가 들려 있었다. 조 변호사와 정씨는 교도관이 입회한 자리에서 각자 가져온 ‘서류’를 탁자 위에 꺼내놓고 태연하게 재판 관련 의견을 나누었다. 접견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 가지고 왔던 서류를 슬그머니 바꿔치기했다.

2008년 1월에는 조금 더 대담한 방식으로 담배가 전달됐다. 담배 600개비(30갑)가 이번엔 ‘국어사전 케이스’에 담겼다. 조 변호사는 구치소 접견실로 가면서, 미리 나와 있던 정씨의 동료 재소자 김아무개씨에게 이 ‘국어사전’을 슬쩍 건넸다.

그러나 그의 범행은 결국 검찰 수사망에 걸렸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정씨의 ‘구치소 끽연’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세 차례에 걸쳐 담배를 넣어주고 모두 600만원을 챙긴 조 변호사를 6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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