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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할린 징용 원혼’ 귀향길 발목잡은 국회

등록 2012-01-08 20:59수정 2012-08-17 09:11

유골 봉환예산 전액 누락…발굴비도 반토막
유족들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만 급급” 분통
일제 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에 강제동원됐다가 사망한 한국인 유골봉환이 예산문제로 어려워졌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지원위원회)는 8일 유골봉환 예산 3억8900만원이 전액 반영되지 않았고, 유해발굴 예산 증액안 6억8000만원도 3억이 깎여 3억8000만원만 책정됐다고 밝혔다.

이재철(51) 지원위원회 공보관은 “지난해 러시아 사할린 지역의 공동묘지를 조사해 1600여명의 강제동원자 유골을 파악했고, 사할린 주당국과 협의를 마쳐 유족이 있는 22기의 유골을 봉환할 예정이었다”며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유골봉환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유해발굴 예산의 증액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 팀장은 “사할린 지역 21개 공동묘지에 1만여기의 강제동원자 유골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작년에 조사한 것은 강제동원자 유골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탄광 근처 유즈노사할린스크 제1공동묘지 한 곳뿐이었다”며 “예산이 줄어 원활한 사업이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강제동원자의 묘비명 중에는 창씨개명한 일본 이름, 러시아어로 된 이름 등이 다수고 이를 각종 자료와 대조하며 유골을 찾아야 하는데 예산이 없어 발굴 작업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사할린 강제동원자 유족들은 유해봉환 예산이 빠진 것은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때문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윤순(67) 사할린강제징용자국내유족회 회장은 “지난해 12월30일에도 예산을 주겠다고 했는데 31일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지역구 예산 편성을 하느라 많지도 않은 6억8900만원이 누락됐다”며 “지금 여의도에 가봤자 다들 총선 때문에 지역구 챙긴다고 나가 있어서 국회의원을 보지도 못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앞으로 행정안전부에 예비비 집행을 요청하거나 유해발굴 비용 3억8000만원을 유골봉환 비용으로 전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지난해 러시아 사할린에서 아버지의 묘를 확인하고 유골봉환을 기다리고 있던 류연상(69)씨는 “예산이 반영 안 됐다는 소식을 듣고 사할린에서 도굴이라도 해서 아버지 유골을 가져오고 싶은 심정”이라며 “어머니가 지금 87살이신데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를 한국에 모셔 와야 하지 않겠냐”며 유골봉환의 시급함을 토로했다.

예산안 증액에 힘썼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과거사 정리 의지가 없다”며 “국회의원들 역시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자기들 지역구 예산 따기에만 바빠 아무도 이 예산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골송환 비용 3억8900만원은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증액했다고 비판받고 있는 1조원의 0.039% 규모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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