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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백화점 ‘과잉 존대’ 고객은 ‘……’

등록 2012-01-10 20:52

“가격은 십만원이십니다” “커피가 뜨거우시니까”
점원들 ‘물건 높임말’ 일반화
승강기 잡아주고 배웅까지
‘응대태도 평가’에 압박감 커
일부고객 “웃기고 부담스럽다”
“옷이 잘 안 맞으시네요. 아, 이건 잘 맞으시네요. 가격은 십만원이십니다.”

최근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간 직장인 강아무개(38)씨는 직원의 설명을 듣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나를 존대하는 건지 옷을 존대하는 건지 아리송했다는 것이다. 꺼림칙한 마음을 뒤로하고 백화점 근처 커피숍에 들른 강씨는 주문한 커피를 건네받으며 이런 얘길 듣게 됐다. “커피가 뜨거우시니까 조심하세요.”

직장인 김아무개(30)씨는 지난 연말 선물을 사러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화장품코너에 들렀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직원이 아이크림을 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고객님, 이 제품은 수분효과가 뛰어나시고요. 바르시면 피부에 촉촉이 스며드십니다.”

백화점이나 일반 상점의 직원들이 손님을 응대할 때, 물건을 높이는 말버릇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제품을 설명하면서 “신축성이 뛰어나시고요”라고 하는 등 아무 데나 존대 어미 ‘시’를 붙이는 ‘어법 파괴현상’이 일반화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갈수록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직원들이 ‘공손한 고객 응대’에 심한 압박감을 느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화장품 판매원 전아무개(35)씨는 “직원이 나름대로 정중하게 한다고 해도 고객이 기분 나쁘다고 불만을 제기하면 곧바로 서비스 점수에 반영된다”며 “고객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면 무조건 말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백화점과 판매업체가 손님으로 가장한 뒤, 직원의 응대 태도를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 제를 도입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과도한 존대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기도 한다. 강씨는 “잘 차려입은 직원이 친절한 말투로 어법에 어긋난 높임말을 하는 걸 보면, 오히려 우스꽝스럽다”며 “친절교육에 언어교육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특성이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보니, 백화점 이용 고객들도 그런 서비스를 원한다”며 “일부 소비자들은 서비스가 과도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부족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어, 수위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과도한 서비스는 ‘말’뿐이 아니다. 가게에서 나갈 때 직원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대신 눌러주고 손님이 탈 때까지 대기하고 있거나, 가게가 2층이면, 1층까지 내려와 배웅하는 경우도 부담스러운 서비스 유형으로 꼽힌다.

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의 정민정 여성국장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업체가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체와 직원, 소비자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적당한 서비스 수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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