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재판을 맡고 있는 판사가 비행을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는 청소년을 감동시켜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고, 자식의 범죄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부모를 위로하기 위한 책을 펴냈다.
부산가정법원 소년1단독 박주영 판사는 지난 10일 비행 청소년과 부모 교육용 책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를 발간했다. 이 책은 박 판사가 평소 읽은 시집 등에서 재판 당사자인 소년들과 부모들에게 들려줄 만한 쉽고 좋은 영어와 한국어로 된 시와 산문, 인터뷰 기사 등 100편을 사랑·인생·행복·희망·가족 등 5가지로 나눠 실었다. 소년범들과 부모들이 시의 의미를 판단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 흥미를 잃기 쉬운 것을 고려해 박 판사의 생각을 각주 형식으로 달았다.
박 판사가 인용한 책은 고종주 시인의 <우리 것이 아닌 사랑>,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서>, 류시화 시인의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 마디> 등이다.
부산가정법원은 재판일에 소년범 담당 판사가 직접 사인을 해 사건 당사자 소년과 부모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또 소년원에 보내진 청소년들한테 읽혀 감상문을 써 내게 하거나 보호관찰소와 수감명령기관 등 비행 청소년 교화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에도 배부할 게획이다.
박 판사는 “여기 엮인 시 한 편과 글귀 하나가 어두운 시기를 건너는 소년들과 부모들의 허허로운 마음 한자리에 비집고 들어가 힘든 시기를 건널 수 있는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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