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담’ 조작 여부 조사
수해 현장에서 시민을 구하다 숨진 것으로 알려진 경기지방경찰청 조민수(당시 21살) 수경의 사망 경위가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의 전방위 조사에 나선 가운데, 조 수경이 급류에 고립된 강아무개(58)씨 구조 현장에 다가오다가 급류에 휩쓸렸다는 진술이 나왔다.
강씨 구조활동을 하다가 조 수경이 휩쓸려간 장면을 목격했다는 당시 동료 대원 오아무개(23·경기 화성시·지난해 10월 전역)씨는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강씨를 구조하려고 나를 비롯한 동료 대원 7명과 미군 2명이 비옷을 이어 밧줄처럼 만들어 구조작업을 하던 도중, 조 수경이 숙영지에서 뒤늦게 강씨 구조 현장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서 ‘오지 말라’고 손짓을 했는데 8~9m 앞에서 갑자기 급류에 휘말렸다”고 말했다. 오씨는 “조 수경이 숙영지 앞 기동대 버스에 타지 않고 200여m 떨어진 구조현장까지 다가온 이유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조 수경이 급류에 휩쓸린 뒤, 마을 주민이 밧줄을 가지고와 미군이 손전등에 묶어 밧줄을 던져 강씨를 구조했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지휘관의 철수명령 지체’ 의혹에 대해선, “당시 숙영지 안에 조 수경과 선아무개 수경이 있었는데, 선 수경이 지휘관과 무전을 했으므로 어떤 명령이 내려졌는지는 알 수 없다”며 “사건 발생 뒤 중대장으로부터 은폐나 무마 명령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기경찰청 2부장과 수사과장, 수사2계장 등 모두 27명으로 꾸린 전담팀은 이날 사고 직후 진상조사 기록과 전날 조사기록 분석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의 핵심은 △조 수경이 시민을 구하려다 숨졌는지 △지휘관의 철수명령이 늦어져 급류에 휩쓸려 숨졌는지 △지휘관이 뒤늦게 숙소 탈출을 지시한 잘못을 덮으려고 ‘영웅담’을 꾸며 은폐를 지시했는지 등 세 가지다.
경찰은 지난 10일 조 수경이 사고 당시 구하려고 했던 시민 강씨를 비롯해 조 수경과 함께 근무했던 대원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친 데 이어, 이날 시민 목격자, 경기경찰청 11기동중대 중대장 등 30여명을 불러 당시 현장 상황, 사고 경위, 사고 후 보고과정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전역한 부대원들의 행방을 찾아 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진실 확인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강씨가 지난 10일 재조사에서 조 수경 사고 직후 경찰에서 밝힌 것과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서 “지난해 7월27일 부대 철조망을 잡고 버티던 중 행인이 초소 경비 의경에게 ‘저기 사람이 고립됐다’고 얘기했고, 즉시 대원 두 명이 와서 ‘일단 위험하니 기다리고 있어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이번 재조사에서도 조 수경이 급류에 휩쓸린 뒤 미군 2명과 부대원들이 도와 손전등에 묶어 던져준 밧줄을 붙잡고 탈출했다며, 사고 직후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재조사에서 확보한 진술과 사고 직후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또 조 수경이 숨진 당일 경기경찰청2청 간부 등 6명이 동두천경찰서 서장실에 모여 조 수경의 사망을 미화하기 위한 회의를 했다는 주장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 수경 사망 경위가 날조됐다는 진술은 확보된 게 없다”며 “그러나 수해 당시 조 수경과 같은 부대원이라며 ‘조 수경의 죽음이 조작됐다’고 언론에 제보한 사람의 신원 파악은 아직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정부 수원/박경만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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