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정치에 도전장 던진 시민운동가들
시민운동가, 현실 정치에 도전장
4·11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 간판급 인사들의 정치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데다 시민단체 내부의 세대교체 등이 맞물리면서 시민운동 출신 인물의 정치권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현실 정치권에서 이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과거 발탁식 진출과 달리
자발적 모색 늘어 이례적
“쉽지 않겠지만…해볼것” ■ 누가 출마하나? 참여연대를 창립한 박원순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에 당선돼 정치인으로 변신한 데 이어, 참여연대 창립 멤버인 박원석 전 협동사무처장도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총선에 나서기로 했다. 오성규 전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아직 소속 당을 정하지 않았지만 서울 마포을에서 출마를 준비중이며, 최승국 전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민주통합당 서울 은평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앞서 이학영 전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등은 야권통합의 한 축이었던 시민통합당을 통해 민주통합당에 합류했다.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출마를 고심중이다. 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환경’을 기치로 내세운 녹색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그런지 정치권으로 가려는 활동가들이 많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 정부서 정책 영향력 뚝
후배들 “오죽 답답했으면”
‘현역 졸업 뒤 진로’ 분석도 ■ 정치권 진출 배경은? 1989년 경실련 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의 시민운동은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해왔다. 전에도 시민운동 출신 인사들이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주로 기존 정당에서 시민단체의 명망가를 ‘발탁’하는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크게 줄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나타난 시민의 열망을 기존 정치세력이 수용하지 못하자, 시민운동 진영 일각에서 정치 변화를 고민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그 결과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내가 꿈꾸는 나라’ ‘진보의 합창’ 등 현실 정치 개입을 선언한 시민정치운동 단체들이 등장했다. 40대인 한 시민운동가는 “시민단체는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정책 결정의 파트너로서 참여하는 게 필요한데, 현 정부에서는 그런 길이 아예 막혀 있다”며 “과거엔 시민운동가 출신이 정치를 한다는 건 ‘배신’으로 간주됐고 지금도 정치 참여에 우려가 있지만, 선배들이 얼마나 답답하면 정치권으로 나갈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시민단체 사무총괄자들이 1970년 안팎에 태어난 인사들로 교체되면서, 현역에서 물러난 선배 세대의 경우 새로운 진로 모색의 하나로 정치권 진출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학영·최승국·남윤인순 등 각 단체 사무처장이나 대표 임기를 마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 인사 10명은 지난해 ‘신신사유람단’이란 모임을 꾸려 미국과 유럽의 시민운동 탐방에 나섰다. 이들은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미국 시민단체 ‘무브온’의 역할 등 우리와 선거 기간이 비슷한 미국 시민단체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폈다. 지난해 2월 11년간의 녹색연합 활동을 마무리한 최승국 전 사무처장은 “시민운동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며 “4대강 사업 등은 정치권이 변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을 향해)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현실 정치 벽 넘을까? 현실 정치권에 뛰어든 시민운동가들이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정치혁신’을 실현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기존 정당으로 들어간 경우, 당내 세력을 모으고 지역구 기반을 닦는 데엔 시민운동과는 또다른 정치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시민운동가일 때 추구했던 가치를 지켜내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예비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치 논리는 시민운동과 달라 그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변화를 바라는 요구가 있으므로 어쨌든 해나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의미 있는 실험’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녹색당 창당도 녹록지 않은 도전이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국내외 시민사회를 연구하고 있는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독일에서 녹색당이 예외적으로 성공한 것은 정당 득표율로 의석 확보가 가능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선거제도로는 녹색당과 같은 신생 정당이 정치권에 안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현정 정환봉 기자 saram@hani.co.kr
자발적 모색 늘어 이례적
“쉽지 않겠지만…해볼것” ■ 누가 출마하나? 참여연대를 창립한 박원순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에 당선돼 정치인으로 변신한 데 이어, 참여연대 창립 멤버인 박원석 전 협동사무처장도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총선에 나서기로 했다. 오성규 전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아직 소속 당을 정하지 않았지만 서울 마포을에서 출마를 준비중이며, 최승국 전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민주통합당 서울 은평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앞서 이학영 전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등은 야권통합의 한 축이었던 시민통합당을 통해 민주통합당에 합류했다.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출마를 고심중이다. 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환경’을 기치로 내세운 녹색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그런지 정치권으로 가려는 활동가들이 많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 정부서 정책 영향력 뚝
후배들 “오죽 답답했으면”
‘현역 졸업 뒤 진로’ 분석도 ■ 정치권 진출 배경은? 1989년 경실련 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의 시민운동은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해왔다. 전에도 시민운동 출신 인사들이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주로 기존 정당에서 시민단체의 명망가를 ‘발탁’하는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크게 줄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나타난 시민의 열망을 기존 정치세력이 수용하지 못하자, 시민운동 진영 일각에서 정치 변화를 고민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그 결과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내가 꿈꾸는 나라’ ‘진보의 합창’ 등 현실 정치 개입을 선언한 시민정치운동 단체들이 등장했다. 40대인 한 시민운동가는 “시민단체는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정책 결정의 파트너로서 참여하는 게 필요한데, 현 정부에서는 그런 길이 아예 막혀 있다”며 “과거엔 시민운동가 출신이 정치를 한다는 건 ‘배신’으로 간주됐고 지금도 정치 참여에 우려가 있지만, 선배들이 얼마나 답답하면 정치권으로 나갈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시민단체 사무총괄자들이 1970년 안팎에 태어난 인사들로 교체되면서, 현역에서 물러난 선배 세대의 경우 새로운 진로 모색의 하나로 정치권 진출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학영·최승국·남윤인순 등 각 단체 사무처장이나 대표 임기를 마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 인사 10명은 지난해 ‘신신사유람단’이란 모임을 꾸려 미국과 유럽의 시민운동 탐방에 나섰다. 이들은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미국 시민단체 ‘무브온’의 역할 등 우리와 선거 기간이 비슷한 미국 시민단체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폈다. 지난해 2월 11년간의 녹색연합 활동을 마무리한 최승국 전 사무처장은 “시민운동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며 “4대강 사업 등은 정치권이 변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을 향해)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현실 정치 벽 넘을까? 현실 정치권에 뛰어든 시민운동가들이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정치혁신’을 실현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기존 정당으로 들어간 경우, 당내 세력을 모으고 지역구 기반을 닦는 데엔 시민운동과는 또다른 정치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시민운동가일 때 추구했던 가치를 지켜내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예비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치 논리는 시민운동과 달라 그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변화를 바라는 요구가 있으므로 어쨌든 해나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의미 있는 실험’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녹색당 창당도 녹록지 않은 도전이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국내외 시민사회를 연구하고 있는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독일에서 녹색당이 예외적으로 성공한 것은 정당 득표율로 의석 확보가 가능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선거제도로는 녹색당과 같은 신생 정당이 정치권에 안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현정 정환봉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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