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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25년의 침묵, 또 한번의 용기

등록 2012-01-15 20:34수정 2012-01-15 22:52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지난 14일 열린 박종철 열사 2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가운데)이 안유 전 영등포교도소 보안계장(왼쪽)과 한재동 전 교도관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지난 14일 열린 박종철 열사 2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가운데)이 안유 전 영등포교도소 보안계장(왼쪽)과 한재동 전 교도관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종철 사망 조작 알린 안유·한재동 전 교도관 25년만에 추도식 참석
“어쨌든 가해집단 일원 모습 드러낼 수 없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교도관 2명이 25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25주기 추도식. 이 자리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조작 사실을 처음 제보한 안유(68) 전 영등포교도소 보안계장과 이를 바깥에 알린 한재동(65) 전 교도관이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함께 참석했다.

1987년 1월14일 서울대생 박종철씨가 고문으로 숨졌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박씨를 고문한 경찰관 조아무개씨와 강아무개씨는 사흘 뒤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됐다. 당시 안 계장은 대공분실 간부들이 구속된 두 경찰관을 수차례 면회하는 자리에 참관했다. 간부들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고 이들을 회유·협박했다. 그 과정에서 고문 가담 경찰관이 더 있다는 사실 등 고문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안 계장은 당시 같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이부영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사무처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사무처장은 이 내용을 편지로 적어 수감생활 도중 가깝게 지내게 된 한재동 교도관에게 전달했고, 이 편지는 여러 사람을 거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전달됐다. 사제단이 그해 5월18일 명동성당에서 이 사실을 폭로하면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한달 뒤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2010년 8월 안 전 계장의 후배인 황용희 교도관의 수기 <가시울타리의 증언>이 발간되면서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지만, 그는 사람들 앞에 나서길 꺼렸다. 진실을 알린 용기있는 일을 했지만, 박종철의 죽음 앞에서는 내내 겸손할 수밖에 없어서였다. 결국 25년 만에 사람들 앞에 선 안 전 계장은 “저 역시 군사독재정권의 주구·하수인·사냥개 소리를 듣던 가해 집단의 일원이어서 가슴 아팠다”며 “그동안 저 자신을 드러낼 수 없던 점을 깊이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엉뚱한 학생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고 사건을 은폐·조작하려는 데 분통이 터졌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담은 편지를 목숨 걸고 바깥으로 전달한 한 전 교도관도 “30년 이상 교도관으로 살면서 그때가 가장 뜻깊었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1970년대부터 이른바 ‘민주 교도관’으로 불리며 민주화운동가들과 잘 알고 지낸 한 전 교도관은 “25년이 지났지만 군사독재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다”며 “우리가 세상에 알린 진실이 의미있게 되도록 올해는 군사독재의 잔재가 완전히 극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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