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절로 추억여행 ‘리마인드 이벤트’ 성황
웨딩·허니문에서 동창회까지
실버세대는 가족패키지 인기
실버세대는 가족패키지 인기
얼마 전 결혼 1주년을 맞은 김주미(31)씨는 서울 홍익대학교 근처의 이벤트 카페를 찾았다. 꽃과 촛불로 장식된 길을 지나 이벤트룸으로 들어서자 풍선과 인형으로 장식된 소파와 테이블이 등장했다. 남편은 턱시도를, 김씨는 드레스를 입고 1년 만에 다시 ‘결혼식’ 분위기를 내며 사진도 찍고, 대형 전면 유리창을 통해 야경을 보며 오붓한 데이트도 즐겼다. 김씨는 “10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낭만적인 이벤트’가 가능하다”며 “앞으로 2주년, 3주년 때도 이런 곳에서 실속있는 데이트를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민정(33)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남편과 함께 ‘리마인드 허니문’ 여행을 다녀왔다. 이씨 부부의 결혼 3주년과 부모님 결혼 35주년을 기념해 이씨 부부의 신혼여행지였던 타이 푸껫에서 3박4일 동안 달콤한 휴가를 보냈다. 이씨는 “4인 이상 가족이 가면 훨씬 저렴한 이벤트 상품이라 부모님과 함께 다녀왔다”며 “우리 부부는 물론 부모님도 신혼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라고 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리마인드 웨딩 촬영, 리마인드 허니문, 리마인드 프러포즈…. 아름다운 시절로 돌아가 그때 그 분위기를 다시 느끼려는 사람들을 위한 ‘리마인드 이벤트’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처음엔 젊은층을 겨냥한 웨딩카페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실버부부’를 대상으로 한 전문업체들도 크게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ㄹ리마인드 웨딩 관계자는 “50~60대 부부들의 경우 리마인드 웨딩 촬영과 가족사진을 함께 찍는 경우가 많아 ‘가족 패키지’를 따로 만들었다”며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며 자식과 손자·손녀에 이르기까지 가계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로 앨범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50~60대를 대상으로 한 제주도나 온양온천 허니문 여행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숙영(66)씨는 “1960~70년대는 온양온천으로 신혼여행을 가 여관에서 잠을 자고, 호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며 “수십년이 지나 다시 갔더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리마인드 동창회’도 등장했다. 리마인드 동창회에는 고무줄놀이·딱지치기 등 옛날 게임과 쫀드기·아폴로·달고나 등 불량식품이 단골메뉴다. ㅇ파티업체 파티플래너는 “기본 동창회 프로그램에 옛날 콘셉트를 도입했는데,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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