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고졸 20% “저, 대학생 아닌데요…”

등록 2005-07-20 18:32수정 2005-07-20 19:19

고졸 80% 대학가는 시대, 못간 20% ‘대학생 혜택’에 운다

예비군 훈련 ‘3배’…수영장 할인도 대학생들만
국토횡단행사도 ‘찬밥’…뿌리깊은 차별에 설움

박아무개(21)씨는 최근 한 실내 수영장에 놀러 갔다가 씁쓸해졌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에게 요금의 45%를 깎아주는 행사가 한창이었지만 그는 대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할인을 받지 못했다. 함께 간 친구들 가운데 누구는 할인을 받고 누구는 할인을 받지 못해 분위기마저 서먹해졌다. 박씨는 “할인을 받지 못한 것보다는 ‘대학생 아니에요?’라며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여직원의 태도에 마음이 더 상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많아지고 고교 졸업생 가운데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이 20% 이하로 줄어든 상황에서 20대 초반의 이른바 ‘비대학생’들에 대한 차별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국가교육통계정보센터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고교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81.3%로 58만여명의 졸업생 가운데 11만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1970년의 대학 진학률 26.9%에 견주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대학생들은 군 입대 연기나 할인 등 각종 혜택들을 받는 반면 비대학생들은 이런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는 비대학생이 소수가 된 현재 비대학생들의 소외감을 더 깊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비대학생들은 대부분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대학을 못 가는 경우가 많아 서러움을 더하고 있다.

남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군 입대다. 대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계속 입영 연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대학생들은 입영 연기를 2년만 할 수 있어 인생 설계를 하는 데 더 제약을 받는다. 이에 따라 비대학생들 가운데 방송통신대나 전문대에 학적만 올려놓고 입대를 피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고교 졸업 뒤 택배회사에서 일하는 정아무개(22)씨는 “주변에 가정 형편이나 영화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때문에 군 입대 연기가 절박한 비대학생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예비군 훈련도 대학생은 재학기간 중에는 하루만 받으면 되지만 비대학생은 2박3일의 훈련을 모두 받아야 한다.

 기업들의 각종 행사나 공모전도 대학생 위주다. 이동통신사들이 20대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지역할인요금제 적용 지역은 대부분 대학 캠퍼스에 편중돼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430여곳 가운데 10여곳, 케이티에프는 415곳 중에서 18곳을 뺀 나머지가 모두 대학 캠퍼스다. 기업들에서 경비를 지원하는 ‘국토 횡단’, ‘동북아 대장정’, ‘세계문화 체험단’ 등 행사들도 애초부터 참가 대상을 대학생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고·디자인·영상 등 각종 공모전도 대학생 중심으로 치러진다.

비대학생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은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 대우다. 경기 성남 분당의 한 한의원에서 조무사로 일하는 신아무개(21)씨는 최근 몇년 동안의 경력이 대학 졸업장보다 훨씬 못한 대우를 받는 것을 깨닫고 다른 직장을 구하려고 했으나 대학 졸업장 없이는 그마저도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는 올겨울 결혼을 준비하고 있지만 결혼 상대자의 집에서 “대학도 안 나온 며느리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서 또다른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학벌사회>의 저자 김상봉 문예아카데미 원장은 “우리나라 교육은 공교육 과정 전반을 통해 ‘대학입시’라는 하나의 목표에 매달리고 있고 그 때문에 사회적 혜택 또한 그 ‘승리자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다”며 “청년 시기에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주어져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비대학생들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수호 인턴 기자 ufangel@naver.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