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공장 13명 영장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전·현직 노조 간부 등 직원들이 수출용 차량 부품을 빼돌려 카센터에 팔거나 자신의 차에 달고 다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부품을 빼돌린 카센터에서 경찰에 압수된 불법유출 부품만 375점(1.5톤)으로, 공장 출고가로 계산해도 6천여만원에 이른다.
경기 화성경찰서는 20일 기아차 화성공장 노조 간부 김아무개(32)씨 등 13명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4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전영장이 청구된 13명 중 전·현직 노조 간부 각 2명씩과 대의원 2명 등 노조 간부가 모두 6명이나 끼여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또 이들이 빼돌린 부품을 사들인 혐의(장물취득, 절도교사)로 박아무개(43)씨 등 기아차 화성공장 주변 카센터 업주 4명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화성공장 노조 간부이거나 노조원들인 이들은 2003년 초부터 최근까지 13차례에 걸쳐 에어백과 에어컨, 범퍼 등 미국과 유럽 수출용 차량 부품을 상습적으로 훔쳐 카센터에 팔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카센터 업주 박씨 등은 기아차 직원들에게 부품을 처분해주겠다고 제안해 훔친 부품을 시가의 절반값에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빼돌린 자동차 부품을 승용차 짐칸과 화물차량 짐받이 밑부분에 숨겨 싣고 나왔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회사 안 작업 현장까지 자신의 승용차를 끌고 들어가 수출용 차량에 다는 엔진을 자신의 차에 달고 나와 유통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국내 유통이 불가능한 수출용 차량부품이 인터넷을 통해 판매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주변 카센터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이들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직원들 외에 다른 기아차 직원 80여명도 부품을 빼돌린 혐의를 잡고 계좌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상당수 직원들이 훔친 수출용 자동차 부품을 자신의 차에 버젓이 달고 다녔지만 회사 쪽은 절도 사실을 모르는 등 재고 조사도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기아차 노조 화성지부는 “부품 절도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하지 못했다”며 “아직은 조합의 견해가 정리되지 않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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