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만 안하면 밉보일까봐”
인터넷서 품목·가격 등 상담도
인터넷서 품목·가격 등 상담도
4살, 5살난 두 딸을 둔 유아무개(36)씨는 설을 앞두고, 가족 선물보다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과 학원 선생님들 선물 챙기기에 더 바쁘다. 어린이집만 해도 선생님 5명에 원장까지 6명에, 큰아이의 피아노·놀이 학원까지 합치면 챙겨야 할 사람이 10명 가까이 된다. 유씨는 “(경제적) 부담이 크지만, 혹시 빼먹었다가는 우리 애가 차별받지나 않을까 싶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선생님들 설 선물의 범위와 가격을 두고 남편과 티격태격했다”며 “결국 원장 선생님에겐 과일을, 나머지 선생님들에겐 화장품을 선물하는 걸로 정했는데, 20~30만원은 들 것 같다”고 했다.
설을 앞두고 엄마들이 괴롭다. 명절 음식과 가족들 선물 준비에도 예산이 빠듯한데, 유씨처럼 학교나 어린이집은 물론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 선물까지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등 3학년 딸에 중2 아들을 둔 양아무개(40)씨도 아이들 학교 선생님에다가 학원·과외 선생님 설 선물까지 챙기느라 그간 모아둔 비상금을 털어야 했다. 양씨는 “다른 엄마들은 학원·과외 선생님한테도 선물을 하는데, 우리 애만 안 하면 밉보일까 싶어 이분들 선물도 함께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설을 앞두고 “어린이집 선생님께 무슨 선물하면 좋을까요?,” “여럿이 하는 과외인데, 선생님 선물 빼놓으면 우리 아이가 눈치 보일까요?”와 같은 질문들이 많이 올라온다. 댓글도 많이 달리는데, 한 엄마는 “괜히 하나마나한 선물을 했다가는 생색낸다는 인상만 주고, 아이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돈)쓸 때 적당히 써서 (선생님들) 기분 상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적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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