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주최로 ‘난상토론, 청년실업 해법은?’ 토론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로 케이티(KT) 올레스퀘어에서 18일 오후 청년들이 토론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부 주최 일자리 난상토론…쓴소리 쏟아낸 2030
“취업률 높인다는 관점 아닌
노동의 질 개선 접근법 필요”
방청석서도 정부 비판 빗발
“취업률 높인다는 관점 아닌
노동의 질 개선 접근법 필요”
방청석서도 정부 비판 빗발
3년 전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전문대 광고창작과를 졸업한 뒤 직장을 찾고 있는 서유란(23)씨는 동종 업계로 먼저 진출한 선배나 동기들이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일하는 걸 보고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들은 “경험 쌓는 과정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지만, 서씨는 ‘부당한 처우를 합리화시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서씨는 다른 분야의 직장을 찾아보는 동안 콜센터 교환원, 빵집과 카페 점원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거치다, 석달 전 국비지원을 받아 네일아트를 배웠다. 그런데 막상 수강한 학원에 취업 알선을 요청하니,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서씨는 “답답한 마음에 직접 일자리를 알아보니 시급 2000~3000원짜리가 대부분이어서, 지금은 국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케이티(KT)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청년실업 해법 모색을 위한 ‘난상토론회’. 2030세대 100여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취업의 벽에 부닥친 청년들의 수난기와 고충이 쏟아졌다.
사회적 기업 ‘터치포굿’의 박미현(27) 대표는 창업 과정을 소개하며, 청년실업의 원인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았다. “대학 졸업한 친구들 대부분이 금융권에 취업하는 걸 보고, 내 ‘스펙’과 비교해 보니 자신이 없더라고요. 친구 따라 토익학원도 다니며 스펙 쌓기를 했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싶었죠.” 박씨는 ‘진짜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공원에서 풍선도 팔아보고, 백화점·학교 등 20여곳에서 아르바이트·인턴십을 했다. 주변으로부터 ‘아직 철이 안 들었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결국 2008년에 폐현수막으로 패션잡화 만드는 회사를 차렸다.
박씨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가 중요한데, 현실에선 ‘어디서’ 일하고 싶은지가 중요하게 됐다”며 “취업해도 조기 탈락률이 높은데, 청년들이 노동과 진로를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청석에서도 열띤 의견이 쏟아졌다. 대학생 김영주씨는 “현재 노동시장에선 실업자뿐 아니라 취업자도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가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군을 만드는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벌여놓은 일자리 사업에 참가했다가 예산이 중단돼 실직할 위기에 놓였다는 참가자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조발제를 맡은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식 청년실업률은 7.6%지만, 통계청 자료 등을 분석해 보니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21.9%로 추산된다”며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주어진 일자리가 다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하위 일자리’가 아닌 ‘중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주(35)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은 “중소기업에서 ‘수당 없는 노동’을 하는 청년들의 노동 실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며 “전체 산업에 대한 시급 조사를 벌이고, 최저임금을 어기는 업체에는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청년들이 도전해서 실패했을 때 너무 많은 페널티가 주어지는 게 우리 사회의 문제”라며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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