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에 고문당한 유숙렬씨
웹진에 고문피해 사실 털어놔
웹진에 고문피해 사실 털어놔
전직 여기자가 1980년 ‘고문기술자’ 이근안(73)씨에게 고문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이씨에게 목사직을 내놓으라고 말하기 위해서다.
페미니스트 웹진 <이프>의 유숙렬 공동대표는 지난 17일 웹진 누리집에 ‘내게 팬티를 사준 남자, 이근안에게’(☞ 바로 보기)라는 편지 형식의 글을 올렸다. 유 대표는 글에서 <합동통신> 기자로 일할 때인 1980년 7월17일, 지명수배로 쫓기고 있던 김태홍 당시 한국기자협회 회장에게 피신처를 소개해줬다는 이유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이씨에게 고문을 당했던 일을 회고했다.
유 대표는 “‘칠성판’ 위에 누운 뒤 버클이 채워지고 육중한 몸집의 남자가 올라탔는데 그가 바로 이근안이었다”며 “얼굴 위로 수건이 덮여졌고 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그는 “물고문 한번 당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온몸이 물에 젖어 한여름인데도 사시나무 떨듯이 몸이 떨려왔고 담요를 여러 장 뒤집어써도 추위가 가시질 않았다”며 당시 당한 고문의 충격을 전했다.
유 대표는 또 고문 이후 조서를 꾸미고 난 뒤 옮겨지길 기다리다가 생리가 터진 사연을 소개하며, “당신(이씨)이 내게 생리대와 팬티를 사다 준 무용담을 동료들 앞에서 했던 기억이 난다”고 썼다.
유 대표는 “30년 만에 고문당한 경험을 털어놓은 것은 스스로 목사직을 내놓으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라고 썼다. 그는 “남들이 당신을 목사직에서 끌어내리기 전에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오십시오. 무언가 일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남영동 대공분실 경비원으로 역사의 산증인이 되어 사죄하십시오”라며 글을 맺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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