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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벌딸 베이커리 100m옆 입점해 고사직전”

등록 2012-01-26 20:48수정 2012-01-26 21:40

[현장] 서울 동네빵집 한계상황
“아무리 언론서 비판한들 대기업이 눈 하나 깜짝하겠느냐…
경기도 안좋은 상황서 대기업마저 빵장사 약자들은 살 방도가…”
“휴~ 아주 죽어라, 죽어라 하네요. 빵집 18년 만에 이런 어려움은 처음이에요. 어휴~ 생각하면 속만 타죠.”

서울 노원구 상계동 롯데백화점 인근에서 7평짜리 ㅅ제과점을 운영하는 손채원(58)씨. 그는 재벌가 딸들이 제빵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데 대해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롯데백화점이 미도파백화점일 때부터 같은 자리에서 18년 동안 빵집을 운영해 왔다는 손씨는 지난해 5월 롯데에서 운영하는 고급 베이커리 매장인 ‘포숑’이 백화점 지하에 입점한 뒤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빵집은 롯데백화점과 대각선으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손씨는 “동네 빵집은 체인점에서 물어뜯고, 대기업에서 물어뜯어 만신창이”라며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대기업마저 빵 장사에 뛰어드니 약자들은 살아갈 방도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님 한 명 없는 매장에서 홀로 빵에 비닐포장을 하던 그는 “한 명뿐인 종업원도 이제 야간에만 나오도록 했다”며 “아무리 언론에서 비판을 한들 대기업이 눈 하나 깜짝하겠느냐는 생각에 이젠 체념상태”라고 말했다.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등 체인점에 이어 삼성 이부진씨(아티제), 신세계 정유경씨(조선호텔 베이커리), 롯데 장선윤씨(포숑) 등 재벌가 딸들의 제빵 사업 진출이 잇따르자 동네 빵집 사장님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베이커리가 들어선 곳 주변에 위치한 동네 빵집들의 상황은 손씨네 가게와 마찬가지다. 호텔신라 사장인 이부진씨가 운영하는 아티제 도산대로점에서 150m 정도 떨어진 ㅇ제과점에서 일하는 권형택(51) 제빵사 역시 답답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권씨는 “우리 가게는 모든 종류의 빵을 한 개 500원씩에 파는 ‘균일가 전략’으로 단골들을 꽤 확보했었다”며 “하지만 체인빵집에 이어 대기업 베이커리가 잇따라 들어선 뒤 매출이 매년 10% 이상씩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재료비는 오르는데, 그나마 있던 단골도 끊길까 싶어 빵 값을 올리지도 못해 점점 더 힘들다”며 “대기업은 목 좋은 곳에 점포를 내 땅 짚고 헤엄을 치는데, 우린 익사 직전”이라고 했다.

제과점 직원으로 일하다 가진 돈을 모두 털어 자신의 가게를 차렸다는 ㅃ제과점 박창익(36)씨 역시 “대형마트가 동네 슈퍼를 잡아먹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제과업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며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대기업의 횡포에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대한제과협회 임영진 수석부회장은 “동네 빵집을 죽이는 주범은 무차별적으로 숫자가 늘어나는 체인빵집이라 아직 재벌빵집의 피해가 도드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재벌빵집도) 확산되면 당연히 피해가 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정환봉 김지훈 이충신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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