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으로 보이는 괴한 3명이 20일 오후 10시 10분께 강원도 동해시 육군 모부대 해안초소 순찰로에서 순찰하던 장병들을 흉기로찌르고 소총 2정과 실탄 30발을 탈취한 사건이 발생하자 군 수뇌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은 사고부대 인근 지역에 대간첩침투작전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에 이어 인접 사단에도 '진돗개 둘'을 발령하고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범인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 사건발생 = 괴한 3명 가운데 2명이 해안초소 순찰로를 돌고 있던 이 부대 대리소초장 권모 중위와 통신병 이모 상병에게 먼저 접근해 길을 물었다.
이어 숲속에 숨어있던 괴한 1명이 추가로 합세해 권 중위의 왼쪽 팔을 세 차례 나 흉기로 찌르고 저항을 막기 위해 두 사람의 눈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괴한들은 장병들의 입속에 목장갑을 넣어 테이프로 봉합하고 양손을 테이프로 결박해 검은색 뉴그랜저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약 3km를 달리다가 동해시와 강릉을 연결하는 동해고속도로상 터널 100m 앞에 내려놓고 달아났다.
괴한들은 K-1 소총 1정과 K-2 소총 1정, 15발들이 탄창 2개, P-96K 무전기 1대 등을 탈취했다.
◇ 군당국 대응 및 경계태세 = 사건이 발생하자 군은 즉각 해당지역에 대간첩침투작전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에 이어 인접 사단에도 '진돗개 둘'을 발령하고 주요 진지 및 소초에 무장병력을 배치했다.
또 강릉과 주문진, 대관령 일대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하고 차량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사고 부대의 상급부대인 육군 8군단 소속 특경대를 긴급 출동시켜 범인을 추적하고 있으며 신속한 체포를 위해 헬기 등 항공전력 지원을 요청했다.
군은 괴한들의 범죄가 치밀하게 준비됐다고 보고, 탈취한 소총과 실탄을 이용해 추가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막고자 군.경 합동으로 밤샘 수색작전을 펼쳤지만 21일 오전 8시 현재까지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 괴한 대공용의점 여부 = 군당국은 사고 직후 기무사와 정보사, 국정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 중앙합동신문조를 투입해 신문한 결과, 일단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괴한들의 말투가 서울, 강릉 말씨이며 스프레이와 흉기를 사용한 점으로 미뤄 특수훈련을 받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병들을 살해하지 않고 고속도로상에 내려놓고 간 것도 대공용의점이 없다는 분석의 근거라고 군은 설명했다.
때문에 군은 이들이 유사한 범죄를 모방, 은행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프레이와 테이프, 목장갑, 흉기를 소지하고 인적이 드문 해안초소를 범행대상으로 고른 점으로 미뤄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특히 2002년 3월9일 고교 동창생 4명이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 영내에 철조망을 자른 뒤 3m 높이의 담을 넘어 들어가 경계근무 중이던 초병 2명을 제압하고 K-2 소총 2정을 탈취, 서울 상봉동 모 은행 지점을 턴 사건이 있었던 전례에 주목하고 있다.
◇ 국방부.합참.육군 반응 = 윤광웅 국방장관은 사건 발생 직후 공관에서 사고 내용을 최초 보고받은 뒤 합참에 긴밀히 대응해 괴한들을 조기에 검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이상희 합참의장과 김태영 작전본부장은 국방부 청사로 나와 청사 지하에 마련된 지휘통제실에서 사건 내용을 보고받고 검거작전을 지휘했다.
20일 정책간담회와 군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김장수 육군참모총장도 국방부 신청사에 있는 육군총장실로 나와 해당부대 지휘관들로부터 보고를 청취하고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국방부와 합참, 육군 공보요원들은 간밤에 비상연락을 받고 모두 나와 언론에 신속하게 사건개요를 설명하는 등 진땀을 뺐다.
그러나 6월19일 연천군 최전방 GP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터진지 1개월여만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또 발생하자 곤혹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20일 야간에 사건 소식을 접한 군 수뇌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이번 사건이 군을 또 한번 요동을 치게 할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합참은 21일 오전 중 사고 경위와 범인 검거 작전 등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브리핑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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