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등학생이 돈을 갚으라는 친구를 목 졸라 살해한 뒤 돈을 훔쳐 게임을 하는 데 쓴 사건이 일어났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친구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강도살인)로 고등학생 ㄱ(18)군을 붙잡아 조사중이라고 31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ㄱ군은 지난 27일 자정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던 친구 ㄴ(18)군을 서울 구로역에서 만났다. ㄴ군이 여섯달 전 빌려준 10만원을 받기 위해 ㄱ군에게 만나자고 요청했다. 둘은 함께 걷다 담배를 피우려고 인근 놀이터 옆에 있는 이동식 화장실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ㄴ군이 “돈을 안 주면 너의 어머니에게 말해서 받아내겠다”고 말한 뒤 소변을 보려고 뒤돌아서자, 화가 난 ㄱ군은 갖고 있던 끈으로 목을 졸라 ㄴ군을 살해하고 10만2천원이 들어 있던 지갑과 휴대전화를 빼앗아 달아났다.
ㄱ군은 평소 피시방을 자주 드나들었으며, 범행 뒤에도 빼앗은 돈 대부분을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ㄱ군은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어머니에게 갖다 드려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 이를 메우려고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ㄴ군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번 돈의 일부를 생계에 보태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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