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남산-낙산 돌며 한양도성 복원 현황 살펴
“과거 반추하는 도시 꿈꿔”…도시 경관 해친 사례 백서 제작 지시도
“과거 반추하는 도시 꿈꿔”…도시 경관 해친 사례 백서 제작 지시도
아직 사위가 어둑한 31일 오전 7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숭례문 복원공사 현장. 등산복과 등산화 차림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타났다. 숭례문은 총연장 18.6㎞에 이르는 한양도성(옛이름 서울성곽)의 순성(성곽 돌기)을 위한 출발점. 박 시장은 이날 숭례문에서 출발해 남산과 낙산, 백악산, 인왕산에 걸친 한양도성을 돌며 도심 문화재로서 한양도성의 복원 현황과 주변 경관 등을 살폈다.
박 시장은 이날도 특유의 꼼꼼한 성격을 드러냈다. “한양도성의 복원 계획이 더 디테일해질(세부적일) 필요가 있다”
“켄 리빙스턴 시장이 세운 런던플랜에 관한 자료를 확인해보라” “성곽을 세우는 과정의 이야기와 사람들을 시민들이 알 수 있게 ‘스토리’를 채워넣어야 한다”는 식의 즉석 주문들을 쏟아냈다. 도로 등이 나 있어 현실적으로 복원이 불가능한 구간에 이르러서는 “그림으로 형상화할 때 눈물을 그려넣어주는 건 어떨까”라며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박 시장은 특히 도시경관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황학동 벼룩시장 자리에 세워진 주상복합 건물이 주변과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도시계획위원들도 모두 현장에 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다시 즉석에서 “최근 5년 동안 세워진 서울의 건축물 중 경관을 해친 사례를 모아 백서를 제작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 시장과 성곽 돌기에 동행한 문화재 전문가 송인호 서울시립대 교수(건축사)는 “현재 문화재 주변 건물의 고도를 제한하는 앙각은 평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능선에 위치한 성곽의 경우 일본 도쿄처럼 역앙각을 적용하는 등 섬세한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양도성 위에 지어진 박 시장의 혜화동 공관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박 시장은 “공관에 입주하기 전 한양도성을 걸어봤다면 입주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관에 3000만원이 넘는 수리비가 들어간 만큼 이번 임기 동안은 그곳에서 살고 이후 공관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양도성은 조선 태조가 한양 천도 후 수도 방어를 위해 1394년 전국에서 20만명에 가까운 백성들을 징발해 98일에 걸쳐 세운 도성이다. 이후 세종과 숙종 때 개축되면서 조선 각 시대를 대표하는 성곽 축조기술들이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고스란히 보존됐다.
성곽의 가장 아래쪽인 태조 때의 축조가 주로 자연석에 가까운 돌을 썼다면, 세종 때는 모서리가 둥글둥글한 돌을 주로 썼다. 흔히 성곽의 모습으로 떠올리는 네모 반듯하게 다듬어 빈틈없이 쌓은 돌은 숙종 때의 것이다. 성곽의 돌을 자세히 살피면 성을 쌓은 시기나 동원된 백성들의 출신 지역, 책임자인 관리의 이름이 새겨진 ‘각석’을 발견할 수 있다.
한양도성은 일제 강점기에 상당 부분 파괴됐지만, 현재 12.3㎞의 구간이 복원됐다. 2014년까지 인왕산과 남산, 숭례문 구간을 마저 복원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지난 16일 문화재청에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했다.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는 자체 심의를 거쳐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를 신청한다. 박 시장은 “한양도성은 수많은 전란과 아픈 역사에도 600년 동안 살아남았다. 고맙고 감사하다”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와 함께 서울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도 찾아와 즐길 수 있는 도심 문화재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를 위해 “한양도성을 온전히 살려내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뒷받침할 사업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 시장은 숭례문 복원공사 현장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현장을 시찰하고 성북동 한옥마을 개발구간과 수성동 계곡 복원현장 등 순성 구간의 도시개발 현장들도 함께 둘러봤다. 박 시장은 “한양도성을 둘러보니 도시계획에 품격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면서 “도심을 둘러싼 내사산(백악산·인왕산·남산·낙산)의 아름다움을 살릴 도시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한양도성의 인근을 제대로 개발하고 활성화해 (도성 인근)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과거를 반추하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서울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자 남은 일정을 중단하고 남산에 있는 서울종합방재센터로 옮겨 제설작업을 지휘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한양도성은 일제 강점기에 상당 부분 파괴됐지만, 현재 12.3㎞의 구간이 복원됐다. 2014년까지 인왕산과 남산, 숭례문 구간을 마저 복원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지난 16일 문화재청에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했다.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는 자체 심의를 거쳐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를 신청한다. 박 시장은 “한양도성은 수많은 전란과 아픈 역사에도 600년 동안 살아남았다. 고맙고 감사하다”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와 함께 서울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도 찾아와 즐길 수 있는 도심 문화재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를 위해 “한양도성을 온전히 살려내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뒷받침할 사업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 시장은 숭례문 복원공사 현장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현장을 시찰하고 성북동 한옥마을 개발구간과 수성동 계곡 복원현장 등 순성 구간의 도시개발 현장들도 함께 둘러봤다. 박 시장은 “한양도성을 둘러보니 도시계획에 품격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면서 “도심을 둘러싼 내사산(백악산·인왕산·남산·낙산)의 아름다움을 살릴 도시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한양도성의 인근을 제대로 개발하고 활성화해 (도성 인근)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과거를 반추하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서울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자 남은 일정을 중단하고 남산에 있는 서울종합방재센터로 옮겨 제설작업을 지휘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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