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받는 서울 회사, 용역 동원해 가져가
납품사 “경찰, 현장서 그냥 보내 큰 손해”
경찰 “채권·채무 복잡, 체포 어려워 고소케”
납품사 “경찰, 현장서 그냥 보내 큰 손해”
경찰 “채권·채무 복잡, 체포 어려워 고소케”
지난해 2월16일 오후 3~4시께 부산 사하구 구평동 ㄱ사에 20대 청년 5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 회사가 만든 와이셔츠를 납품받는 서울 회사 쪽이 일당 7만원을 주고 고용한 용역업체 소속 청년들이었다. 용역들은 30여m를 한 줄로 늘어선 뒤, 이 회사 직원들의 항의에도 아랑곳 않고 창고에 있던 와이셔츠가 가득 든 종이상자들을 대형 트럭으로 날랐다.
이 회사 김아무개(49) 사장은 와이셔츠 납품단가 때문에 다투던 서울 회사 쪽 직원들이 막는 바람에 한동안 위층 회의실에서 나오지 못했다. 회의실 창문으로 겨우 빠져나온 김 사장은 112에 신고했다. 오후 4시1분이었다. 3분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용역들의 작업을 중단시키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김 사장과 서울 회사 직원들을 회의실로 불렀다.
■ 사라진 트럭 1대 이날 서울 회사는 적자 비용을 주지 않는 것에 반발한 김 사장이 납품하기로 했던 와이셔츠를 보내지 않자, 옷을 직접 가져가기 위해 부산에 대형 트럭 2대를 보냈다. 1대는 와이셔츠를 가득 싣고 고속도로를 빠져나갔고, 1대는 경찰의 제지로 와이셔츠 상자를 다 싣지 못한 채 저녁에 부산을 떠났다.
이 회사 직원 이아무개(51)씨는 “청년들이 트럭 2대에 와이셔츠 상자를 싣고 있어 경찰한테 말려달라고 했으나 아무런 대답도 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의 아내 홍아무개(43)씨는 “그날 ‘첫번째 트럭이 출발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옆에 있던 경찰관이 ‘그러면 죄가 되기 때문에 출발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냥 있었더니, 트럭이 가버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맨 처음 현장에 출동했던 사하경찰서 감천지구대의 경찰관은 “지구대에서 3명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트럭은 1대뿐이었다”며 “두 번째 트럭에 상자를 싣는 것을 보고 작업을 중단시켰다”고 반박했다.
■ 현행범 체포 논란 김 사장은 “청년들이 들이닥쳐 물품을 가져간다고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고속도로로 빠져나간 트럭을 추적하지 않은데다, 용역들을 동원한 서울 회사 직원과 용역회사 책임자를 현장에서 붙잡아 조사하지 않고 그냥 보내준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제품을 서울 회사가 가져가버려 자금난에 직면했다”며 “50명이던 직원을 37명으로 줄이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두 업체의 채권채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럭을 추적하거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은 인권 침해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판단해 서울 회사를 고소하도록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부산지검은 지난해 2월16일 용역을 동원해 이 회사의 물품을 가져가도록 지시한 서울 회사의 이아무개(46) 이사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회사가 지옥”…회 못먹자 회식을 매번 회로
■ 2만원벌이 폐지수레는 영하15도 새벽을 가르고…
■ 박원순 “총선 전에 민주통합당 입당”
■ 차세대 전투기 공개입찰 전에…“MB, 오바마에 F35선정키로 약속”
■ ‘모든 남성’이 죽을 때 후회하는 한 가지는?
한편 부산지검은 지난해 2월16일 용역을 동원해 이 회사의 물품을 가져가도록 지시한 서울 회사의 이아무개(46) 이사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회사가 지옥”…회 못먹자 회식을 매번 회로
■ 2만원벌이 폐지수레는 영하15도 새벽을 가르고…
■ 박원순 “총선 전에 민주통합당 입당”
■ 차세대 전투기 공개입찰 전에…“MB, 오바마에 F35선정키로 약속”
■ ‘모든 남성’이 죽을 때 후회하는 한 가지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