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자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첫 오프라인 토크 콘서트를 연 지난해 10월29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콘서트홀에서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나꼼수 ‘비키니 시위’ 논란
김어준 “생물학적 완성도 감탄” 발언 논란 재점화
“들어도 즐겁지 않은 농담은 농담이 아니다” 지적
여성단체 이미 “인증샷 자체는 문제삼을 수 없다”
정봉주 전 의원을 석방하라는 ‘비키니 1인시위 인증샷’에 대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들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시사인 토크 콘서트’에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물론 여성은 약자로서 그런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완성도에 대한 감탄, 성적 대상화 이런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는 질문에, 나꼼수 쪽 관계자는 “확인해 줄 의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문제의 핵심은 인증샷도 성희롱도 아니다 논란이 된 ‘비키니 1인시위 인증샷’은 지난달 20일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사이트에 올려졌다. 이에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하루 뒤인 21일 나꼼수 방송에서 “정 전 의원이 성욕 감퇴제를 먹고 있으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라”고 말했다. 이어 27일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트위터에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는 글을 올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작가 공지영씨는 다음날인 28일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린다”는 트위터 글을 올려 논란에 가세했다. 정 전 의원 팬카페인 ‘미권스’의 한 회원은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라는 글에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도구화하는 ‘진보 마초’들의 시선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성찰적 접근 없는 ‘진보 남성’들의 시선이 문제이지, 비키니 인증샷에 대한 찬반 논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어준씨는 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시사인 토크 콘서트’에서 “성희롱은 권력의 불평등 관계가 전제돼야 한다”며 성희롱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화학 연구자인 권수현씨는 “성희롱은 매우 엄격한 법적 개념이 있는 용어로, 피해자 본인이 수치심을 느껴야 하고 근로권이나 학습권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며 “성희롱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본인들이 나꼼수의 순기능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판 발언을 새기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 웃자고 한 얘기 죽자고 달려든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30일 내놓은 트위터 논평에서 “반인권적 시각으로 콘텐츠가 소비되고 유통되는 방식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일 블로그를 통해 정권에 대항하며 ‘사실’을 폭로하는 나꼼수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논란은 사실 나꼼수 방송 초기부터 예견된 것”이라며 “남성들만의 술자리 농담 같은 남성성의 언어적 재현이 주는 쾌감을 적절히 활용하여 (의도되었든 아니든) 인기를 더해온 상황에서, 성인지 감수성은 그들의 진보적 정체성을 전혀 위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키니 1인시위 사진이 인터넷에 올려지기 전에 주진우 기자는 “여성부 관리대상 넘겨라! 광주·부산·숙대·이대 모두….”(12월27일), “면회 희망 여배우 명단 작성하라! 욕정 해결 방안 발표하라!”(1월13일)는 접견 민원 서신 인증샷을 트위터에 공개한 바 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등의 항의가 이어지자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등의 비난 여론이 다시 들끓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는 2일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든 이유’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 “그들의 발언은 분명히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 했으며, 이에 불편해하고 불쾌해하는 이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며 “들어도 즐겁지 않은 농담은 농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팬덤’ 속에 갇힌 ‘진보 마초’ 나꼼수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온 비판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학)는 “나꼼수 쪽이 ‘생물학적 완성도’ 운운하며 논란에 대처하는 것은 사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합리적 공론장 자체가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나꼼수의 팬덤화(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집단 또는 문화현상)는 오히려 본인들 지지 네트워크 내부에서 출발한 비판적 의견을 ‘꼴페미’(꼴통 페미니스트)라는 식으로 억압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나꼼수가 보수·진보 이분법적 ‘진영론’에 빠져, 내부의 비판에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나꼼수의 김용민씨는 5일 전화통화를 통해 “우리 이야기가 왜곡되는 현상이 심하다”며 “‘우리 스피커’(나꼼수)를 통해 필요하다면 금명간 발언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들어도 즐겁지 않은 농담은 농담이 아니다” 지적
여성단체 이미 “인증샷 자체는 문제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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