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교사 하루 10시간 일하고 6년간 월급 10만원↑
국공립 올 임금동결하자 300명 노동환경 개선 시위
국공립 올 임금동결하자 300명 노동환경 개선 시위
“하루 10시간씩 아이들에게 시달렸는데도 월급이 100만원밖에 안 되니 참 초라해져요.”
부산의 한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현아(27·여·가명)씨는 최근 쏟아져 나오는 무상보육 정책을 볼 때마다 마음이 씁쓸해진다고 했다. 부모들을 위한 무상보육 정책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를 위한 정책적 배려는 눈에 띄지 않아서다. 김씨는 대학에서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6년째 민간 어린이집 3곳을 옮겨다니며 일하고 있지만, 월급은 6년 동안 10만원 밖에 오르지 않았다. 김씨는 “1년을 일하든 10년을 일하든 민간 어린이집에서는 최저임금”이라며 “임금이 워낙 적다 보니 같이 졸업한 대학 동기 30여명 중에 보육교사를 하고 있는 사람은 2명밖에 없다”고 했다.
김씨는 매일 아침 8시께 출근해 저녁 6시까지 3~4살 어린이 10여명을 동료교사 한 명과 함께 돌본다. 등·하원 차량에 탑승하는 날에는 앞뒤로 한 시간씩 근무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또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평가인증 준비나 토요일에 열리는 어린이집 행사 준비를 할 때면 밤늦게까지 일하다 퇴근하기 일쑤지만 연장근로수당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 오히려 하루종일 아이들을 안아주고 달래느라 무릎·허리가 안 좋아지고, 울며 보채는 아이들 때문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지난해에는 방광염까지 앓았다. 김씨는 “밤늦게까지 어린이집에 붙어있느라 병원도 제때 가지 못한다. 병원에서 의사가 나이는 20대인데 몸은 40대 아줌마라고 하더라”며 씁쓸히 웃었다.
어린이집 원장이 월급을 주는 민간 어린이집과 달리 정부 예산에서 월급이 나오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그나마 급여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3일 올해 보육 교직원 임금을 동결하기로 해 교사들의 부글부글 끓고 있다.
보육 교직원의 급여는 2009년과 2010년 경제위기를 이유로 동결됐다가, 지난해에는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3% 인상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12년 보육교사 1년차 임금은 월 139만여원, 10년차는 188만여원 수준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8년차인 정아무개(28)씨는 “호봉이 쌓일수록 임금 부담 때문에 채용을 잘 안 해주려고 해서, 경력을 낮춰 취직하는 교사들도 많다”며 “열악한 근무환경에 임금도 적어 보육교사를 평생 업으로 삼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전국의 보육교사 300여명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보육노동자 임금동결 규탄, 노동조건 개선 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가한 심선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교사협의회 의장은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 없이 보육 교사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육교사협의회는 그동안 △국·공립 어린이집 전면확충을 통한 보육 공공성 실현 △1인당 아동수를 줄이기 위한 보육인력 충원 △국·공립, 민간 어린이집 간 임금격차 해소 등을 주장해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집주인, 월세로 내놔도 잘나가는데 굳이 왜…
■ “황우석 제자들도 논문 조작…일부는 학위 받아 교수까지”
■ 박근혜 “지역구 불출마” 밝히며 눈물 훔쳐
■ 날씨 타는 박태환 ‘장대비도 괜찮아’
■ 한국 호랑이와 시베리아 호랑이는 한 핏줄
■ 집주인, 월세로 내놔도 잘나가는데 굳이 왜…
■ “황우석 제자들도 논문 조작…일부는 학위 받아 교수까지”
■ 박근혜 “지역구 불출마” 밝히며 눈물 훔쳐
■ 날씨 타는 박태환 ‘장대비도 괜찮아’
■ 한국 호랑이와 시베리아 호랑이는 한 핏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