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드라마국 김민식 피디가 ‘디어(Dear) 청춘’에 출연해 강연을 하고 있다.
[디어청춘 12회] 문화방송 드라마국 김민식 피디
“들이대라! 상처받지 말아라! 올인하라!
꿈을 찾는 과정도 연애하듯이”
“들이대라! 상처받지 말아라! 올인하라!
꿈을 찾는 과정도 연애하듯이”
“제가 연애 비법을 전수해주겠다고 하니까. 어떤 분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어요. 지금 ‘어떻게 저렇게 생긴 사람이 감히, 연애 비법을 이야기한다는 것이지’라고 생각하고 계시죠? 이렇게 생겼으니까 비법인 거예요.” (웃음)
스튜디오에 ‘연애 고픈’ 청춘 남녀들이 까르르 비명을 토했다. 파업중이라는 문화방송 김민식 피디도 유쾌하게 웃었다. 김 피디는 ‘내조의 여왕’(2009), ‘글로리아’(2010) 등의 드라마와 청춘 시티콤 ‘논스톱3’, ‘레인보우 로망스’ 등을 만든 연애 프로그램 연출의 달인이다. 지난해 11월 <한겨레TV>가 만드는 청춘 테드 프로그램 ‘디어청춘’ 첫 녹화에 방청객으로 찾아왔던 그다. 그는 “이 시대 청춘들의 ‘로맨스’를 위해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파업을 시작하던 그날, 서울 여의도에서 마포대교를 넘어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김 피디는 “파업 중이라 드레스 코드가 검정색”이라며 양해를 구하더니 이내 방청 온 청춘들의 뺨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연애비법을 거저 얻었겠어요? 저의 마법의 숫자를 공개하자면 ‘20’입니다. 제겐 정말 가슴 아픈 숫자죠. 제가 소개팅, 과팅, 미팅을 다 합쳐서 차인 숫자에요. 연속으로 20번을 차였어요. 21번째 성공했느냐? 그건, 아니에요. 20번 실패하고 그냥 포기하고 군대에 갔어요. ” (좌중 폭소)
자신의 굴욕(?)적인 인생사도 거침없다. 증명할 길이 없다며 미모의 아내 사진도 들고 왔다. 그 이야기를 디어 청춘에 담았다. 20분만 투자하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로맨스!’
로맨스 드라마 제작 경력 15년 차, 스스로 ‘로맨스’ 전문가라 자부하는 김민식 피디가 연애 잘하는 비법을 공개한다. 팍팍!
가장 먼저, 모든 사랑의 첫 단계인 ‘들이대기’다. 미모의 아내를 얻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내는 대학교 후배입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긴데) 그 당시 아내는 멀리서 저를 보고 필리핀에서 온 교환학생라고 생각했대요. (좌중 폭소) 필리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말로 유창하게 얘기하며 들이댔으니 얼마나 기겁을 했겠어요. 계속 싫다고 하는 거예요. 아내는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는 건, 실례 아니냐고 화를 냈죠.”
들이대기를 수십 번, 상대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대답은 명쾌하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이렇게 바로 빌어야 합니다. ”
그는 딱 한 번만 들이대는 것도 실례라고 했다. 최소 세 번은 들이대라고 조언한다. 상대가 화를 낼 때, 빌면서 하는 멘트도 있다.
“댁같이 예쁜 분한테 한 번만 들이댔다 거절당했다고 돌아서면 그것도 실례잖아요. 세 번은 들이대야 최소한 예의를 다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기분 나빠하시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의미에서 밥 한 번만 사게 해주세요. 아니면, 이 결례를 씻을 방법이 없어요. 집에 가서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이쯤에서 계속 들이대느냐, 포기하느냐는 여러분의 선택이다.
# 상처받지 말아라!
계속 들이대기로 결심했다면, 그대여 상처받지 말지어다. 들이대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감정에 충실한 행위다. 때론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도, 상처받지 않을 용기도 필요하다. 다만, 상대의 의사도 존중해주는 자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존심도 없느냐’는 상대방의 질책은 한 귀로 듣고 그냥 ‘패스’다.
“자존심. 그 자존심은 없어도 살 것 같은데, 너 없이는 못살 것 같아. (좌중 소란) 내 자존심을 버리고 당신을 얻을 수 있다면 자존심 버릴게. 그럼 되겠니?”
들이댄다. 거절 당하면 상처받지 않고, 또 들이댄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얻어 걸리는(?) 때가 온다.”
# 전부를 걸어라!
올인하라!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연애의 고수가 될 수 있다. 연애의 고수와 하수의 특징은 뭘까?
“연애 고수는 상대방의 한 가지 매력에 홀딱 반해서 사랑에 빠질 수 있어요. 연애 고수는 상대방이 웃을 때, 보조개 한 번 보고 싶어서 만나기 전에 연구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웃게 할 수 있을까? (웃음) 연애 하수는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 나타나도 조건을 따지느라 시작도 못해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연애를 시작해야 합니다. 나이가 많아진다고 연애가 쉬워지지 않아요. 연애는 개인의 문제에요. 누군가를 마음에 들일 자신이 없어서 사랑을 못하는 거예요. 조건에 맞는 사람을 기다린다고 해서 절대 연애할 수 없죠.”
# 짝사랑, 양다리, 불륜도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다양한 연애를 권한다. 그러므로 짝사랑은 기본이요, 양다리도 강추다. 심지어, 불륜도 오케이(OK)다. 불륜이란 단어가 툭 튀어나왔을 때, 스튜디오가 숙연해졌다.
“제가 20대에 권하는 불륜이 뭐겠어요. 부모님이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만나보라는 말이에요. 드라마 보면 꼭 그런 장면이 있죠.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저 사람은 안~돼!’ (좌중 폭소) 부모님은 절대 여러분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아요. 연애와 결혼은 내가 하는 거예요. 때론 부모님이 반대하는 사랑도 무릅쓰고 해보세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건 20대 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랑하듯이 꿈을 찾아서
이 모든 과정은 연애를 잘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는 열심히 들이대고, 상처받지 않고, 올인한 덕분에 매력적인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직업을 찾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을 때도 마찬가지죠. 일하고 싶은 회사에 이력서를 들이대고, 불합격 통보가 날아들어도 절대 상처받지 마세요. 간절히 원한다면 다음해에 또 지원하면 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분명히, 좋은 기회가 옵니다. 어느 곳에서든 일을 시작하게 되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꿈을 향해서 짝사랑도 해보고, 전공 공부와 무관하면 양다리도 걸쳐보세요. 내가 원하는 일을 부모님이 반대해도 도전해보세요. 연애하듯이, 사랑에 빠지듯이 그렇게.”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문화방송 드라마국 김민식 피디가 ‘디어(Dear) 청춘’에 출연해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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