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있는 독거노인주거복지주택 ‘성남시 아리움’에 거주하는 홀몸노인들이 지난 7일 오후 인근에 있는 미혼모 시설 ‘새롱이새남이집’을 찾아, 아기를 돌보고 있다. 이들은 매주 한번씩 이곳을 방문해 아기를 보살피는 봉사를 한다.
독거노인복지시설 ‘성남시 아리움’
작년부터 미혼모 육아봉사
“잘 자란 손주들 보니 뿌듯”
우간다 등 외국아동 후원도
작년부터 미혼모 육아봉사
“잘 자란 손주들 보니 뿌듯”
우간다 등 외국아동 후원도
“혜민(가명·1)아, 할머니 왔다.”
김희숙(가명·80)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일주일 사이에 조금 더 큰 것 같기도 했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의 미혼모시설 ‘새롱이새남이집’을 방문한 할머니 세 사람이 각자의 ‘손주’를 보듬었다. 할머니가 품에 안고 토닥거리자 눈을 말똥거리던 아기들이 금세 곤한 잠에 빠졌다. 김씨는 “처음 봤을 땐 갓난아기였는데, 어느덧 혼자 몸을 뒤집고,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니 뿌듯하다”며 “특히 날 보고 웃어줄 때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근 독거노인 주거복지주택 ‘성남시 아리움’에 거주하는 홀몸노인으로, 매주 화요일 이곳에 와서 두시간씩 아기들을 돌본다. 할머니들과 미혼모 가정이 인연을 맺게 된 건 지난해 7월이다. 평소 찾아오는 가족이 없어 외롭게 지내는 할머니들에게 위로가 되는 일이 뭘까 고민하던 아리움 시설장이 마침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이곳의 원장을 만나면서 “서로 가족을 만들어주자”고 의기투합을 한 것이다.
두 시설장의 제안에 할머니와 젊은 엄마가 모두 반겼다. 20~30대 미혼모들은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을 덜게 됐다. 오래전 남편과 사별하거나 자식을 하늘로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있는 할머니들은 새로 생긴 ‘손주’ 덕에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박영순(가명·76) 할머니는 같이 온 이영옥(가명·80) 할머니가 지난해 아이를 업다 허리를 다치자, 대신 봐주러 왔다가 인연이 돼 계속 나온다.
반년 이상 왕래를 하면서 양쪽은 진짜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지난 설에는 젊은 엄마들이 세배를 하러 할머니들을 찾아가 떡국을 대접했다. 할머니들도 손수 뜨개질한 수세미나 양말, 김 등을 답례로 선물했다. ‘새롱이새남이집’ 이선자 원장은 “사회적 시선 때문에 위축돼 있던 미혼모들이 자기의 아이를 예뻐해주는 할머니들을 만나 위안을 얻고, 본인들도 할머니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얻는다”고 전했다.
할머니들에게도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서로 손주 이름을 따 ‘○○ 할머니’라고 부르고, 함께 밥 먹을 때도 서로 ‘손주’ 이야기를 하느라 대화꽃이 활짝 핀다. ‘아리움’을 운영하는 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의 조 레오카디아 수녀는 “가슴에 한과 상처가 많은 분들인데, 아기들을 돌보면서 그런 아픔을 치유하고 마음의 여유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 할머니에게는 ‘또다른 손주’도 있다. 지난해 4월부터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을 통해 국외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이지만 매달 만원씩을 기부한다. 세 할머니가 기부를 시작하자 함께 지내는 다른 노인들도 한두 명씩 동참해, 현재 19명 중 8명이 우간다와 보스니아의 아이 두 명을 후원하고 있다. 이씨는 “얼마 전 우간다에 있는 아이가 고맙다고 편지를 보내왔길래, ‘멀리 있지만 그립다. 공부 열심히 하고 훌륭히 자라라’고 답장을 했다”며 “내가 나라에 부담을 주며 사는데, 보답할 길이 남을 돕는 거밖에 없어 내 몸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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