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밴드 10명중 6명꼴 한달 100만원도 못벌어
11개 밴드·청년유니온 ‘뮤지션유니온’ 발족 채비
표준계약서 등 요구키로
11개 밴드·청년유니온 ‘뮤지션유니온’ 발족 채비
표준계약서 등 요구키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은 많은 인디밴드들의 우상이었어요.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한 달에 100만원도 벌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다들 놀랐죠.”
2004년에 만들어진 중견 인디밴드 ‘더 문’의 보컬리스트인 정문식(40)씨는 “인디음악인들에게 ‘홍대’(인디밴드들이 주로 활동하는 서울 홍익대 앞 공연장)는 올라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사다리 같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 생활고를 겪다 뇌경색으로 숨을 거둔 이진원씨처럼 실력 있고 이름도 알려진 음악인들조차 생활비를 벌기 힘든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국내 인디음악인은 2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에게 공연 기회를 잡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설사 힘들게 무대에 선다 해도 관객이 일정 규모 이상 오지 않으면 공연료는 거의 받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2회 유데이페스티벌에서 진행된 ‘청년뮤지션 생활환경 실태조사’ 결과는 인디음악인들의 팍팍한 삶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청년유니온과 유데이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청년 인디음악인 22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월수입이 100만원에 못 미친다고 답했다. 또 공연료나 저작권료 등 음악 활동으로 버는 수입이 총수입의 10%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8%나 됐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음악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해 다른 일을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인디음악인들은 대부분 이런 현실을 말없이 견뎌 왔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월드디제이페스티벌 사태’부터다.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은 2007년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 중 하나로 시작해 2008년부터 독립적으로 개최된 공연이다. 그런데 지난해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이 공연에 참여하려는 인디밴드에 주최 쪽이 ‘교통비로 10만원만 지원할 수 있고 공연료는 없다’는 공문을 보내자, 인디밴드들의 월드디제이페스티벌 참여 거부 선언이 시작됐다.
이후 참여 거부 선언을 한 이들이 ‘음악산업의 페어플레이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지난해 6월과 12월 ‘유데이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열었고, 이를 계기로 인디음악가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 첫걸음이 인디밴드 11개팀과 청년유니온이 함께 만든 ‘뮤지션유니온’(가칭)이다.
유데이페스티벌 조직위원회장을 맡고 있으며 뮤지션유니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문식씨는 “인디밴드가 연습공간 등을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도록 정부에 창작활동 지원을 촉구하고, 연예기획사 쪽에는 대등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 마련 등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뮤지션유니온과 청년유니온은 10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청에서 ‘청년뮤지션 생활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뮤지션유니온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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