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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일진 명단 내놔라” 학교에 으름장

등록 2012-02-09 22:06

모든 중·고교에 담당형사 보내 정보 수집
교사들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반발
경찰이 학교 안 일진회를 소탕해 학교폭력을 뿌리뽑겠다는 방침을 정한 뒤 각 학교에 경찰관을 보내 ‘문제 학생 명단을 내놓으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교사들은 “경찰이 교사의 생활지도 영역까지 침범해 학생들을 잠재적 조폭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9일 일선 학교 교사들과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8일 “학교별 일진회 현황에 대한 첩보를 수집해 보고하라”는 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오는 13일까지 전국 중학교 3075곳, 16일까지 고등학교 2264곳에 대한 현황 파악을 마치기로 정했다”며 “정보과·강력계 형사들을 담당 형사로 정해 모든 학교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일진회 현황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내부 사정을 잘 알 리 없는 일선 경찰들이 첩보 수집 과정에서 학교 교장·교감은 물론 생활지도부장을 찾아다니며 “평소에 학교에 알려진 ‘짱’(일진) 명단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 한 중학교 관계자는 “오늘 경찰이 학교로 찾아와 교장·교감·학년부장들을 불러 모아 놓고 ‘1주일에 한번씩 일진들을 면담해야 하니 명단을 내놓으라. 없으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연 명단이라도 달라’고 요구하더라”며 “학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인권침해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황당해했다. 인천시 부평구의 한 중학교 생활지도부장 역시 “강력팀 형사가 찾아와 일진 명단을 주면 불러 계도하겠다고 했다”며 “경찰은 모든 학교에 일진회가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명단을 달라고 하는데, 우리 학교엔 없을뿐더러 있다 해도 어떻게 교사가 학생 개인정보를 넘길 수가 있겠냐”고 말했다.

생활지도 담당 교사들은 경찰의 일진 명단 요구가 비교육적인 낙인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경찰이 학생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몰려다니면 다 일진인 것인지, 그 기준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낙인효과 등 부작용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교사들이 해야 할 학생 생활지도 영역에 경찰이 개입해 학교가 불편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선 경찰들도 윗선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진회 명단 파악에 나서고는 있지만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법적 근거도 없다는 걸 알지만, 근무평정이나 특진 등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니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입장에선 일진회를 파악하려면 정중하게 학교 쪽에 정보공유를 요청하는 방법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며 “학부모 항의도 우려되지만 예방 차원에서 벌이는 활동이라고 잘 설득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선희 김민경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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