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학교폭력 피해 학부모들이 교사를 상대로 진정을 내더라도, 직무유기 혐의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 소환조사 없이 각하 처리하기로 했다. 또 고소·고발 사건에서도 교사가 학교폭력을 의도적으로 방관한 게 아니라면 조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는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진정·고소·고발로 교권침해가 우려된다’는 교육계의 반발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12일 “학교폭력과 관련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진정·고소·고발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돼 이같은 내부지침을 마련했다”며 “이는 (교사의) 혐의가 분명치 않으면 무분별한 조사를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진정 사건의 경우, 경찰에서 1차 조사를 진행한 뒤 학교폭력 대처 과정에 교사의 직무유기 혐의가 뚜렷하지 않거나 진정 내용이 비합리적이면 교사를 소환조사하지 않고 종결처리하기로 했다. 진정 사건은 수사가 아닌 내사에 해당하므로, 자체 내사종결해 각하 처리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교사를 고소·고발할 경우에도 명백한 직무유기 혐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복잡한 조사를 하지 않고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이첩할 방침이다. 고소·고발은 이미 수사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찰이 사건 처리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면 검찰이 사건의 종결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9조와 제20조를 보면 ‘교원은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교장이나 학교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런 의무를 위반한 정도만으로 교사를 직무유기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된 서울 양천경찰서의 ‘교사 입건’ 사례와 같이, 교사가 학교폭력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여러 차례 방관했다면 직무유기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교사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경찰 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교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신중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9일 경찰의 강경 방침에 반발해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을 항의방문했으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도 10일 이강덕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서한을 보내 교사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신중히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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