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에 당한 것 억울’ 후배에 앙갚음
‘구덩이에 목만 내놓고 파묻기, 몸에다 오줌 싸기, 바지 벗겨 추행하기….’
조직폭력배를 뺨치는 폭행과 추행 등이 대구시내 한 전문계 고교에서 2년 가까이 저질러졌다. 이런 폭행이 선배들에게서 후배한테로 대물림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경찰이 밝혀낸 폭행 혐의만 2010년 3월부터 1년9개월 동안 200차례가 넘는다. 학교 쪽은 뒤늦게 피해 학생들의 호소를 듣고도 가해 학생들을 훈계하는 데 그쳤으며, 후배 학생들이 경찰서에 찾아가 하소연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대구시내 전문계 고교에서 2010년 3월부터 후배 학생 3명을 때리고 추행하며 괴롭혀온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강제추행)로 김아무개(19)군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또 군에 입대한 이아무개(19)군은 군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겼다.
김군 등 2명은 2010년 3월 교내 세면장에서 샤워를 하던 1년 후배 박아무개(18)군 등 3명에게 샴푸를 눈에 뿌리고 뜨거운 물이 나오게 해 화상을 입혔고, 기중기에 거꾸로 매달거나 다리털을 뽑는 등 폭행을 저질러온 혐의를 받고 있다.
박군 등 3명은 1년 뒤인 2011년 3월 3학년이 되고나서 1년 후배 정아무개(17)군 등 후배 3명에게 폭력을 ‘대물림’했다. 이들의 폭행은 더 심했다. 박군 등은 학교 기계실 옆에 삽으로 1m 깊이의 구덩이를 파놓고 정군 등을 목만 나오게 한 채 10분 동안 파묻었다. 지난해 9월엔 정군 등 3명이 샤워할 때 성기를 잡아당기는 강제추행도 했다. 흉기로 을러 개처럼 짖으며 바닥을 기어가라고 시키는가 하면 후배들에게 가위 바위 보를 시켜 서로 때리도록 하기도 했다. 수사 경찰관은 “이들의 행위는 조직폭력배와 다름이 없었다”라며 혀를 찼다.
선배들한테 폭행에 시달려온 정군 등 3명은 다시 1년 후배 장아무개(16)군 등 3명에게 폭력을 대물림했고 수법은 더 대담해졌다. 지난해 10월 초 정군 등은 장군의 바지를 강제로 벗겨 강제추행하고, 잡아온 개구리를 입에 넣었다. 장군을 때린 뒤 학교 안 웅덩이에 빠뜨리고는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군기를 잡는다며 후배들의 몸에 오줌을 싸고, 학교 운동장을 ‘멍멍’ 소리를 지르며 기어가도록 했다.
이들 학생의 폭력이 교내 기계실, 샤워실, 웅덩이 등에서 2년 가까이 저질러졌지만, 학교 쪽은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담임교사가 처음으로 1학년생들의 피해 신고를 받고 가해 학생들을 훈계하는 데 그쳤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후배 정군 등 3명은 가해자이지만 피해자인 점을 고려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학생 8명은 기계실 청소와 실습 준비 당번을 맡아 기계실에서 늘 함께 지내는 동안 폭력을 대물림한 것으로 밝혀졌다.
배봉길 대구 수성경찰서장은 “선배들이 폭행을 하면서 금품을 요구한 적은 없다”며 “선배들한테 당한 만큼 후배한테 앙갚음하겠다는 생각에서 ‘군기를 잡는다, 버릇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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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길 대구 수성경찰서장은 “선배들이 폭행을 하면서 금품을 요구한 적은 없다”며 “선배들한테 당한 만큼 후배한테 앙갚음하겠다는 생각에서 ‘군기를 잡는다, 버릇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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