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진우리 ‘성분도보호작업장’에서 소금 담을 황토 용기를 빚던 최용근 원장(오른쪽)과 지적장애인 정동휘씨가 마주보며 웃고 있다.
경기 광주 `성분도보호작업장’
지적장애인 재활사업 눈길
도예전공 원장이 기술 전수
지난해 매출 1억여원 올려
“소금같은 존재 됐으면…”
지적장애인 재활사업 눈길
도예전공 원장이 기술 전수
지난해 매출 1억여원 올려
“소금같은 존재 됐으면…”
16일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진우리의 한적한 산기슭에 있는 ‘성분도보호작업장’. 최용근(39) 원장이 물레를 차며 눈 깜짝할 사이에 황토 용기를 빚어내자, 옆에서 작은 항아리를 만들던 정동휘(38·지적장애 3급)씨가 감탄하며 눈을 떼지 못했다.
이곳은 자폐 등 지적장애인 30명이 ‘황토소금’을 만드는 직업재활시설이다. 소금을 구울 때 담는 용기부터 황토로 만들어 고온에 구워내면, 소금의 불순물은 제거되고 황토의 미네랄이 흡수되는 ‘황토소금’이 된다. 황토 그릇을 빚는 일부터 소금 생산과 포장까지 모든 과정을 장애인들이 직접 한다.
원래 도자기 빚는 일은 우울증 치료와 손 기능 발달에 효과가 있어 처음에는 복지관에서 재활치료 프로그램으로 운영했다. 도예를 전공한 최 원장도 지난 2002년 성분도복지관에 도예 선생으로 오면서 인연을 맺었다. 최 원장은 “처음엔 일이 힘들 것 같아 1년만 하고 관두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 지 3개월째, 중증 뇌성마비를 앓는 여학생이 사흘 동안 혼자 끙끙대다 작은 그릇 하나를 만들어 보여주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이곳 사람들이 아무런 욕심이나 경계심 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차츰 마음이 열리고 애정이 쌓여갔죠.”
최 원장은 장애인들이 복지관에서는 도예기술을 배우면서도, 보호작업장에서 종이상자를 접는 단순노동만 하는 걸 보고 의아해했다. 상자 1개에 1원씩, 이들이 각자 한 달에 버는 돈은 5만원가량이었다. 사업의 활로를 모색하던 중 2005년께 시중에 ‘황토소금’이 나오기 시작하자, 자신의 전공인 도예를 살려 ‘제대로 된’ 황토소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단순작업만 하던 장애인들에게 소금과 도자기 굽는 일을 가르치는 건 쉽지 않았다. 황토 용기를 굽고 유약을 바르고, 구워낸 소금을 정제하고 포장까지 하는 일을 모두 익히는 데 2년이 걸려, 2007년부터는 제품이 나왔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데는 제자 정동휘씨의 공이 컸다. 정씨는 최 원장이 이곳에 오기 전부터 도예를 배웠고 2001년 서울시 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까지 땄지만 그 기술을 묵혀둔 채 종이상자 접기만 하고 있었다. 그런 정씨에게 물레 차는 기술을 꾸준히 가르쳐, 정씨는 이곳 사람들 중 유일하게 도자기를 빚을 수 있게 됐다. 최 원장은 “(정씨가) 한곳에 오래 앉아 집중해야 하는 일이라 인내심도 많이 커졌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작업 지시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황토소금은 전국 각지와 관공서로 팔려나가 지난해 1억6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들 평균 임금도 25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최 원장은 “전국의 장애인직업시설 중 도자기와 소금을 직접 만드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이곳 장애인들이 세상의 소금 같은 존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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