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는 떼도 특권은 못버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이하 헌정회)가 최근 인천국제공항에 브이아이피(VIP) 주차장을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공항의 브이아이피 주차장은 주요 인사들이 ‘귀빈실’을 이용하기 위해 별도로 주차하는 공간으로, 귀빈실 이용 자격은 ‘공항에서의 귀빈 예우에 관한 규칙’ 등에 따라 전·현직 대통령, 전·현직 3부요인(국회의장·국무총리·대법원장), 정당의 대표 및 현직 국회의원 등이다.
헌정회 사무처는 올해 초 공항에 협조요청을 한 뒤, 지난 7일 목요상 회장 명의로 전체 회원 1000여명에게 공문(사진)을 보내 “인천국제공항 브이아이피 주차장 이용과 관련하여 회원이 필요할 때 연락을 주면, 당일 주차장 사정을 고려해 2시간 이내 범위에서 가능하면 편의를 봐드리기로 공항 측과 협의가 됐으며, 김포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알렸다.
헌정회 사무처 관계자는 “현직 때 편의를 받았던 일부 원로들이 일반 주차장을 이용하다 불편을 겪는다는 민원을 제기해, 사무처가 공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의가 됐다”는 헌정회 쪽 주장과 달리, 인천공항은 헌정회의 요구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실무진 사이에 얘기가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허용을 결정한 적은 없다”며 “공항 개항 때부터 전직 의원들의 주차장 사용 요청이 쇄도했지만, 지금까지 불허했고 앞으로도 원칙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 쪽은 “헌정회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헌정회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한 회원은 “국회의원에서 물러난 뒤, 의무와 책임은 뒷전인 채 권한만 누리려고 하는 특혜의식이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헌정회 사무처 관계자는 “공항 사정을 봐가면서 일부 원로에 한해 주차장을 쓸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일 뿐, 특혜를 누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국회의원이 누리는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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