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열 대학생들
국회 토론에서 불만 쏟아
국회 토론에서 불만 쏟아
대학에서 치위생학을 전공하는 조은형(23·경기도 안산)씨는 지난 2010년 석 달간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세 곳에서 실습교육을 받았다. 배정받은 병원이 집과 멀어 한 달에 50만원씩 내고 고시원에서 지냈다. 그런데 정작 병원에선 배우는 게 별로 없었다. 의료기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외우거나, 도장찍기 등 잡무만 맡았다. 어떤 때는 자습을 하기도 했다. 조씨는 “담당 치위생사들 중에 내게 일을 가르쳐주려는 분들이 별로 없었고, 오히려 너무 바빠 말할 틈도 없었다”며 “내가 그저 병원 인력을 채우는 사람 같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계열 대학생들이 실습교육 명목으로 자비를 써가며 병원에서 현장교육을 받지만, 실제로는 ‘대체인력’으로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병원실습생 권리찾기 토론회’에서는 보건의료계열 대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청년유니온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전국간호대학생대표자연합이 지난해 9월 전국 보건의료계열 대학생 795명을 대상으로 ‘병원실습 실태조사’를 한 결과, 병원실습생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체온·맥박·혈압 등 ‘활력징후’ 측정(43%)이었고, 그 다음은 침상정리(16%)와 관찰(16%) 등 단순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병원실습생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을 ‘병풍’(방해 안 되게 가만히 서 있음)이나 ‘바이탈 기계’(체온·혈압 체크만 반복)로 부른다.
교통비나 숙식비 지원이 없는 것도 불만이었다. 조사 대상의 45%는 실습 병원이 타지역에 있어 고시원이나 모텔 등 숙박시설에 거처를 마련해야 했다. 또 응답자의 90%는 점심식사비나 교통비를 자기 돈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건의료계열 대학생 정원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병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학생들이 타지역 병원으로 실습을 가게 되는데다 한 병원이 여러 학교의 실습생을 맡다 보니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김명애 한국병원간호사회장은 “지도교수들은 업무 부담 때문에 간호사에게 교육을 맡기고, 간호사들도 과도한 업무로 학생들을 가르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실습교육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대학이 실습 인프라를 마련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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