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원 횡령 돈 대고 대학생이 설계…6명 적발
9분만에 2900만원 차익…‘백신개발’로도 3200만원
9분만에 2900만원 차익…‘백신개발’로도 3200만원
‘북한 경수로가 폭발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주가를 조작하고 시세차익을 올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작전은 영화 <작전>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신속하고 치밀했다.
대기업 재무팀장인 송아무개(35)씨 등 5명은 지난해 12월20일 밤, 서울 강남 ㅂ룸살롱에 모여 앉았다. 이아무개(29·회사원)씨는 11월부터 메신저를 통해 알고 지낸 송씨를 ‘전주’로, 지방대 경제학과 학생 김아무개(19)씨를 ‘작전 설계자’로, 무직인 우아무개(27)씨 등 2명을 ‘선수’로 ‘캐스팅’했다. 김씨는 루머를 유포한 뒤 주가가 일시적으로 등락하는 순간을 이용해 단기 차익을 올리자는 작전을 짰다. 그는 이미 고교 시절인 2010년, 주가조작을 하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력’이 있었다. 대기업 직원으로 자회사 재무담당자로 파견돼 일하던 송씨는 20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이 가운데 1억3천만원을 작전자금으로 내놨다. 루머를 퍼뜨리는 역할은 우씨 등이 맡기로 했다.
작전 당일인 지난 1월16일, 대학생 김씨 등 4명은 부산의 한 피시방으로 모였다. 김씨는 우씨 등 2명과 함께 증권가에서 주로 쓰는 메신저 ‘미쓰리’를 이용해 애널리스트 등 증권 관계자 203명에게 ‘북한 경수로 폭발. 방사능 유출. 북서풍 타고 서울로 유입 중’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김씨는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일본어 문장을 만들어 넣고 폭발 사진까지 첨부했다. 단 9분 만에 모든 작업이 끝났다.
이들의 예상대로 주가는 요동쳤다. 범행 당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1824.29를 기록해 전일 종가(1863.74) 대비 4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같은 시각, 회사에서 전화로 작전 상황을 보고받던 송씨는 사전에 사들인 ‘이엘더블유(ELW·주식워런트증권) 풋’ 상품(내리막 장에서 수익을 냄)을 팔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경찰이 “루머는 허위이며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오르자, 이번엔 미리 사 둔 ‘이엘더블유(ELW) 콜’ 상품(상승장에서 수익을 냄)을 팔아치웠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2900만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첫 작전으로 재미를 본 대학생 김씨와 우씨 등은 2월 초, 두 번째 작전을 구상했다. 경찰 수사에 겁먹은 송씨가 망설이자, 이번엔 표아무개(48)씨를 ‘전주’로 영입했다. 이들은 한 제약회사 홍보직원을 사칭하며, 홍보대행사를 통해 특정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뿌렸다. 회의록과 임상결과 보고서까지 첨부된 보도자료를 믿은 일부 언론은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해당 제약사에 7억4500만원을 투자해 4일 만에 3200만원을 벌어들였다.
경찰은 21일 송씨와 대학생 김씨, 우씨 등 3명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이씨 등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추가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한-미FTA ‘3월15일 0시’ 발효
■ 집 인터넷 접속방법 많은데 1회선당 1개만 하라고?
■ “돈봉투 배달시켰는데 택배기사를 구속 기소”
■ 유언 맥그레거 ‘남자 마음’ 잡을까
■ 담뱃값 올리더니…필립모리스 울상
■ 한-미FTA ‘3월15일 0시’ 발효
■ 집 인터넷 접속방법 많은데 1회선당 1개만 하라고?
■ “돈봉투 배달시켰는데 택배기사를 구속 기소”
■ 유언 맥그레거 ‘남자 마음’ 잡을까
■ 담뱃값 올리더니…필립모리스 울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