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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오디션 폐인’된 14살 지영이…한달 연습비만 수백만원

등록 2012-02-23 21:01

꿈 미끼 돈벌이 ‘학원형 기획사’
오디션 붐에 지망생 늘자
‘연예계 데뷔’ 바람잡이로
“학교 빼먹고 오디션 순례”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서아무개(42)씨는 요즘 딸만 보면 속이 터진다. 온갖 연예기획사가 주최하는 ‘오디션’을 준비하느라 학교를 빼먹기 일쑤기 때문이다. 딸 지영이(14·가명)가 이렇게 오디션에 집착하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ㄱ사의 오디션에 합격하면서부터다.

지영이는 “가수 오디션 1·2차에 합격했는데, 꼭 부모님과 함께 최종면접에 가야 한다”고 졸랐다. 딸의 성화에 못 이겨 ㄱ사를 찾자 업체 관계자는 서씨에게 “지영이가 재능이 많아 딱 한 자리 남은 우리 회사 연습생으로 받아주겠다”며 “재능은 있는데 실력이 좀 부족해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데 두 달에 30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서씨는 돈 얘기에 황당했지만 울며불며 매달리는 딸의 요구에 굴복해 결국 300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두 달 뒤 지영이는 아무런 소득없이 ㄱ사를 나와야 했다. 그제야 서씨는 그 회사가 말로만 듣던 ‘학원형 기획사’라는 것을 알았다. 서씨는 “그 이후 지영이는 스케줄표까지 짜놓고 오디션만 보러 다닌다”며 “학원형 기획사가 헛된 기대만 심어준 탓에 지영이는 오디션 폐인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공중파·케이블·종편 채널 등이 앞다퉈 방송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 오디션 열풍이 불자 이에 편승해 ‘학원형 기획사’가 판을 치고 있다. 학원형 기획사들은 오디션을 빙자해 아이들을 모은 뒤 트레이닝비 명목으로 한 달에 수십만~수백만원씩의 돈을 받아 챙긴다. 연예지망생을 위한 학원에 불과한 업체들이 ‘기획사’를 사칭하며 어린 아이들의 꿈을 담보로 장사를 하는 셈이다.

실제로 가수·연기자 등 연예인을 지망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트레이닝비 명목의 돈을 내라고 한다’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보통 대형기획사의 오디션은 수백~수천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데 반해, 학원형 기획사들의 오디션은 쉽게 합격할 수 있어 아이들은 ‘곧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기 쉽다. 부모들 역시 아이가 재능이 있다는 학원형 기획사의 말만 믿고 한 달에 수십만~수백만원의 돈을 내놓는다. 학원형 기획사에서 넉 달 동안 트레이닝을 받았다는 이아무개(15)양은 “(학원) 등록기간 동안 카메라 테스트도 받고, 방송국 구경도 하고 가끔 단역으로 출연도 하니 곧 연예인으로 데뷔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때 학원형 기획사에서 일했다는 송아무개(36)씨는 “이런 회사의 캐스팅 매니저는 한마디로 영업사원인데, 한 사람을 등록시킬 때마다 트레이닝비의 30~40%씩을 먹는 구조”라며 “인터넷에 반복적으로 오디션 공고를 올리거나 회사 연락처 없이 메일로 오디션 접수를 받는 곳 등은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규수 연예산업연구소장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엔 기획사를 차리려면, 면허(매니지먼트 라이센스)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연예산업이 커진 만큼 관련 업체들을 정비할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 등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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