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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가 강탈 아닌 5·16장학회와 계약으로 판단

등록 2012-02-24 21:27수정 2012-02-24 21:28

법원 ‘주식반환청구 기각’ 근거는
개인간 증여 문제로만 인식해
민변 “박정희때 취소 가능했겠나”
+ 5·16장학회: 정수장학회 전신

‘강압이 있었지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났기 때문이다.’

고 김지태씨 유족의 주식반환 청구 소송을 기각한 법원의 판결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런 논리는 재판부가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강제 헌납’을 개인과 국가 사이에 벌어진 일이 아닌 개인과 개인 사이의 계약으로 판단한 데서 비롯된다. ‘국가에 강제 헌납됐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와는 출발점을 달리한 셈이다.

재판부는 김지태씨가 장학회를 헌납한 배경에 대한 자세한 판단은 하지 않은 채 김씨의 주식이 5·16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로 바로 옮겨졌다는 이유로 증여계약의 당사자를 5·16장학회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식이 김씨로부터 국가를 거치지 않고 바로 5·16장학회로 명의가 옮겨지고, 기부승낙서에 5·16장학회가 수증인(취득인)으로 기재된 점 등에 비춰, 증여계약의 당사자는 김씨와 대한민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개인 사이의 계약이므로, 계약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후 ‘증여’라는 행위 자체는 반사회적 행위가 아니고, 불공정한 행위도 아니기 때문에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주식 증여가 국가의 강박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은 인정됐다. 하지만 주식 증여 자체가 무효가 될 정도의 강박은 아니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강압에 의해 주식을 증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의사결정의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주식을 증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취소권 역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행사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이뤄져야 한다”며 “김씨가 주식을 증여한 1962년부터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김씨의 취소권은 이미 소멸되었다”고 설명했다.

‘독재’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박정희 대통령이 숨진 이후부터 10년의 시효가 계산되어야 한다는 유족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가 1980년 박 대통령이 숨진 뒤에 주식반환청구서를 보냈지만 시효 이후라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법에서 제척기간은 일정기간 경과에 의해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획일적으로 확정함으로써 법적 지위의 안정을 꾀하고자 하는 데 입법 목적이 있다”며 “주식을 증여한 이후 10년이 지날 때까지 증여행위를 취소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이런 판단에 대해선,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비춰 김씨의 주식 헌납을 개인 간의 계약으로 보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갑배 변호사는 “국가가 재벌 총수에게 석방 등을 대가로 재산을 빼앗아 다른 장학회에 넘겼다고 가정하면, 지금 우리가 이를 민법으로 다루겠느냐”며 “취소권은 개인들의 계약 관계 속에서 하자가 있을 때 성립하는 것이고, 이 사건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강압적으로 재산을 이전해 간 것이기 때문에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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