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환원 가능성 낮아
공공성 강화 유력 대안
공공성 강화 유력 대안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위원회는 22일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헌납 의혹’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재의 상태를 바로잡기 위한 ‘합당한 시정조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과거사위는 다만, 구체적인 시정조처의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수장학회의 새로운 미래라는 사회적 ‘화두’를 던진 셈이다.
당장 정수장학회의 향방을 놓고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소유주인 김지태씨의 유족들은 정수장학회의 공공성 강화와 명예회복을 강조했다. 김씨 유족들은 이날 “선친의 뜻에 따라 장학회를 운영한다는 상징적인 조처로 명칭을 바꿨으면 한다”며 “가족들이 장학회의 이사로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송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준비하는 것은 없다”고 밝혀, 제소 가능성을 일단 배제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처럼 ‘국가권력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재산을 사실상 빼앗긴 경우,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1960년대에 발생한 이 사건의 시효와 관련해, 한 중견 변호사는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장담할 수도 없다”며 “따져봐야 할 문제가 많고, 복잡하다”고 말했다. 소송→ 유족 승소→ 사회환원이라는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정수장학회에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족들이 사회에 자진 환원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현 이사진의 퇴진과 박 전 대통령 유족들의 ‘입김’이 배제된 새 이사회의 구성 등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수장학회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부산일보>의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현 이사진 총사퇴 △개방형 이사회 구성 △장학회 이름 개칭 △<부산일보> 경영진 선임 방식의 민주화 등을 요구했다. 또 부산 지역 3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도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의 개혁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 쪽은 국정원 과거사위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창원 정수장학회 이사는 22일 “당시 총칼을 든 군인들이 장학회를 빼앗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정원의 발표 내용을 국민들이 그대로 믿으려 할 것”이라며 “그러나 김지태씨는 자발적으로 재산을 내놨고, 그런 증언도 있다”고 주장했다. 장학회의 다른 관계자도 “장학회의 이름이나 이사진 교체 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강희철 이본영, 부산/신동명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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