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오후 생태환경·역사문화재 전문가들과 함께 서울 청계천 일대를 답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문가와 현장답사 “서두르지 않고 제대로 복원”
“시민위원회 만들어 충분한 논의 거치겠다”
“시민위원회 만들어 충분한 논의 거치겠다”
“고가도로를 헐어내고 청계천을 복원하기로 했던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지만 문제는 복원 과정에 생태적·역사적 시각이 결여돼 있었다는 것입니다.”
28일 오후 청계천 답사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수표교 아래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현재 청계천의 문제를 이렇게 요약하고, “새로운 보완과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10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을 출발해 청계천을 따라 걷기 시작한 박 시장은 동행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묵히 경청했다. 취재진들이 몰려 소란스런 분위기 속에서도 준비해온 필기구로 전문가들의 말을 꼼꼼히 적어가며 걸었다. 평소 현장을 점검할 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쏟아내던 박 시장 특유의 모습은 이날따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치적으로 내세우는 복원된 청계천에 다시 손을 대려 하는데 대한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듯, 답사 내내 신중한 모습이었다.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인 최병성 목사의 안내로 진행된 이날 청계천 답사에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등 외부 전문가 8명이 참여했다. “하천의 유량이 많은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유량을 유지하려고 (한강) 하류의 맑지 않은 물을 끌어와 상류에서 흘려보내다보니 청계천은 상류에서부터 하류의 특징이 생겨났습니다. 자정능력이 생길 수 없는 구조예요.” 하천오염 등 생태 문제와 수표교를 비롯한 역사유적 복원 문제에 대한 이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박 시장은 “청계천에 새로운 관점의 보완과 복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청계천시민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계천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검토하고 고민해서 보완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청계천의 수량을 조절하거나 중랑하수처리장에 방치돼 있는 청계천 발굴 유적들을 관리하는 등 예산이 크게 들지 않거나 간단히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한다는 계획이다. 수표교 복원 문제도 청계천시민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제대로 복원했다면 청계천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 내에 끝내지 못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음을 띠며 “임기 중에 못하면 어떻습니까.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지요”라고 답했다.
현재 청계천은 한강에서 인공적으로 끌어올려진 물이 하천을 덮은 콘크리트관 위로 흘러 내려간다. 콘크리트 아래로 흐르는 지하수 때문에 바닥이 융기되고, 비가 많이 올 땐 빗물과 함께 하수가 흘러드는 문제가 있다. 원래 수표교가 있던 청계2가 자리에는 수표교 모양을 본떠 만든 나무다리가 놓여 있고, 광통교는 원래 위치에서 상류쪽으로 155m 옮겨졌다. 복원에 사용되지 못한 유물들은 중랑하수처리장에 방치돼 있다.
박 시장은 이날 청계광장에서 시작해 광통교, 수표교, 동대문 오간수교, 황학교를 지나 두물다리와 청계천 문화관 앞에 지어진 판자집 테마촌까지 약 5.9㎞ 구간을 걸었다. 박 시장의 도보답사는 지난달 말 한양도성 순성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