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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청와대가 주도’ 증언 나와

등록 2012-03-02 15:02수정 2012-03-02 15:17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을 받은 김종익씨가 지난 2010년 7월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을 받은 김종익씨가 지난 2010년 7월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21> 수사·재판기록 1만여쪽 검토
‘윗선’을 연결한 고리와 여러 정황들 발견
[ <한겨레21> 901호]

2010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하 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증거인멸을, 청와대가 주도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원관실 내부 증언이 나왔다.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담긴 불법사찰 관련 자료를 삭제한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에서 “(상관인)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은 차 안에서 내게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담긴 불법사찰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전화를 했고, 최종석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은 그때 차에 함께 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과 진 전 과장은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이 사용한 ‘대포폰’을 개설해 건넨 인물이다. 당시에도 청와대가 증거인멸에 깊숙이 개입했으리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을 기소하지 않았다. 일개 행정관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는 ‘출장조사 서비스’까지 제공한 검찰의 설명은 “최 전 행정관이 대포폰을 빌려주면서 범죄에 사용될 것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청와대도 이를 근거로 그를 감쌌다. 최 전 행정관은 지난해 8월 주미 한국대사관 주재관으로 발령받아, 현재 미국 워싱턴에서 지내고 있다.

검찰은 진경락 전 과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했고, 장 전 주무관 등이 이를 실행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장 전 주무관이 상고이유보충서에서 주장한 내용은 최소한 최 전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공모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2010년 7월4일 밤 11시23분께 진 전 과장은 장 전 주무관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 상고이유보충서를 보면, 이날 진 전 과장은 최 전 행정관과 함께 서울 방이동에서 일원동 쪽으로 이동하는 차에 타고 있었다. 방이동은 최 전 행정관의 직속상관인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의 집이 있는 동네고, 일원동엔 불법사찰에 가담한 김충곤 전 지원관실 점검1팀장의 집이 있다. 장 전 주무관은 “내가 지원관실에 근무하는 동안 이들은 무슨 은밀한 대책 같은 것을 논의할 때 이영호 비서관의 자택이나 그 근처에서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지원관실 운전기사 역할을 많이 했던 내가 이 비서관 자택까지 차를 운전해 이동해준 적이 몇 번 있어 알고 있다”고 썼다. 그렇다면 이날도 네 사람이 이 전 비서관 집이나 그 근처에서 ‘대책회의’를 열었고, 나머지 세 사람이 집으로 이동하는 길에 장 전 주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장 전 주무관의 추론이다.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는 건 지원관실의 설치·운영 과정에 이영호 전 비서관이 깊숙이 개입했고, 이들이 모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직제상 지원관실의 보고 라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다. 공식적인 보고 라인과 무관한 이 전 비서관은 지원관실 초기에 직접 면접을 보고 직원을 선발하고, 야유회나 회식 때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정고시 동기인 최 전 행정관과 진 전 과장은 같은 노동부 출신이며, 이명박 정부 들어 이 전 비서관과 함께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서도 일했다. 진 전 과장은 이 전 비서관이 일을 쉽게 하려고 지원관실에 파견했다는 게 정치권과 관가의 ‘정설’이다. 김충곤 전 팀장은 이 전 비서관·최 전 행정관과 같은 포항 출신이다.

지원관실의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사건은 불거진 지 2년 가까이 진행된 지금까지도 사건의 ‘몸통’ 또는 ‘윗선’ 의혹을 받은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과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다. <한겨레21>은 1만여 쪽에 이르는 수사·재판 기록을 입수해 검토했다. 관련자들의 진술과 증거자료에서 조금이라도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최 전 행정관처럼 ‘윗선’을 연결한 고리와 여러 정황을 발견했다. 또한 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확인했다.

조혜정 <한겨레21> 기자 zesty@hani.co.kr

 


※ <한겨레21> 901호에는 민간인사찰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법정증언 등과 관련한 좀더 풍부한 내용, 예컨대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총리실의 민간인사찰이 더 있었다는 내용, 검찰의 의도적 부실수사 정황,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 인터뷰 등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21> 901호는 3월3일 오후부터 대형서점과 가판대 등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3월5일부터는 한겨레가판대 앱을 통해서도 내려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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