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연 방송 3사(한국방송·문화방송·와이티엔) 공동파업 ‘파업스타 집회’에 참가한 각 사 조합원들이, 낙하산 사장 퇴출, 징계 철회, 공정방송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in.co.kr
파업사태 돌파구 없나
“조용기회장 일가 퇴진을”
편집권 독립 요구하며
작년 12월23일 파업 돌입 노조 “미 국적 사장 안돼”
사쪽, 무더기 고소 맞대응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앞에 파업중인 <국민일보> 노조원 30여명이 모였다. 이날 오후 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민제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공판을 앞두고, 조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비리와 불법으로 얼룩진 조민제 사장 일가가 국민일보를 사유화하고 있다”며 “조민제 사장은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노조가 조 사장 퇴진과 편집권 독립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23일 시작한 파업이 이날로 77일째를 맞았다. 전체 조합원 145명 가운데 113명이 파업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5명을 제외한 108명(기자 101명)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쉰을 넘긴 차장급 선배부터 가장 어린 3년차 후배까지 파업 대열에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석달째 월급이 끊겨, 적금·펀드를 깨고 주식을 팔고 마이너스대출을 받으며 버티고 있다. 젊은 기자들은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도 한다. 3년차 기자는 “오래가다 보니 육체적으로 지쳐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좋다”고 말했다. 조합원들 사이에는 ‘이번엔 반드시 언론사로서의 최소한의 상식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는 노조가 장기간 파업을 이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국민일보는 198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신도들의 헌금으로 세워졌지만, 대부분의 기간 동안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겸 국민일보 회장의 가족이 경영권을 갖고 있었다.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노사 갈등의 근본적인 뿌리는 조 회장 일가의 국민일보 사유화”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해 불거진 조 회장과 그의 차남인 조 사장의 비리 의혹이다. 이를 문제삼아 노조가 지난해 9월 조 회장과 조 사장의 사퇴 요구안을 의결하자, 회사는 엿새 뒤 노조위원장을 해고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상태다. 지난해 10월 편집국장 평가투표에서는 기자들의 75.2%가 불신임 쪽에 표를 던졌지만 회사는 편집국장 교체를 거부했다. 한 편집국 기자는 “대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부당하게 기사 크기를 줄였고, 조용기 목사 일가의 비리가 불거졌을 때는 일방적으로 조 목사 편을 드는 기사를 지시해 기자들의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7년차 기자는 “회사에 최소한의 상식만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것인데, 108명의 조합원이 여기서 실패해 그냥 회사로 돌아간다면 과연 국민일보의 미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사쪽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회사는 파업중인 노조원 23명을 업무방해·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회사는 또 이날 국민일보 누리집에 글을 올려 “노조와의 싸움을 ‘영적 전쟁’으로 규정하고, 끝까지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사쪽의 강경대응뿐 아니라 <문화방송>(MBC), <한국방송>(KBS) 등 방송사 파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조합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편집권 독립을 위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냈지만, 아무래도 종교권력과 싸우는 것이 힘들다”며 “특히 노조의 주장을 기독교인들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12일 저녁 8시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시사평론가, 소설가 공지영씨 등이 참여하는 ‘파업 대부흥회’를 열고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조 사장의 자격 논란은 이번 사태의 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노조는 “조민제 사장은 미국 국적으로 한국 신문사의 대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 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일보 현 대표이사가 미합중국인이므로 신문법 제13조 4항 2호 위반”이라고 결론 내고 서울시에 이를 통보했다. 서울시장은 최종 검토 뒤 3개월 이내에 발행정지 명령과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조 노조위원장은 “오는 13일 열리는 국민문화재단 이사회에서 신문법 위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며 “조민제 사장이 물러나고 편집권 독립 등 국민일보를 정상화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이충신 박현정 기자 kmlee@hani.co.kr
편집권 독립 요구하며
작년 12월23일 파업 돌입 노조 “미 국적 사장 안돼”
사쪽, 무더기 고소 맞대응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앞에 파업중인 <국민일보> 노조원 30여명이 모였다. 이날 오후 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민제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공판을 앞두고, 조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비리와 불법으로 얼룩진 조민제 사장 일가가 국민일보를 사유화하고 있다”며 “조민제 사장은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노조가 조 사장 퇴진과 편집권 독립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23일 시작한 파업이 이날로 77일째를 맞았다. 전체 조합원 145명 가운데 113명이 파업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5명을 제외한 108명(기자 101명)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쉰을 넘긴 차장급 선배부터 가장 어린 3년차 후배까지 파업 대열에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석달째 월급이 끊겨, 적금·펀드를 깨고 주식을 팔고 마이너스대출을 받으며 버티고 있다. 젊은 기자들은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도 한다. 3년차 기자는 “오래가다 보니 육체적으로 지쳐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좋다”고 말했다. 조합원들 사이에는 ‘이번엔 반드시 언론사로서의 최소한의 상식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는 노조가 장기간 파업을 이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국민일보는 198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신도들의 헌금으로 세워졌지만, 대부분의 기간 동안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겸 국민일보 회장의 가족이 경영권을 갖고 있었다.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노사 갈등의 근본적인 뿌리는 조 회장 일가의 국민일보 사유화”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해 불거진 조 회장과 그의 차남인 조 사장의 비리 의혹이다. 이를 문제삼아 노조가 지난해 9월 조 회장과 조 사장의 사퇴 요구안을 의결하자, 회사는 엿새 뒤 노조위원장을 해고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상태다. 지난해 10월 편집국장 평가투표에서는 기자들의 75.2%가 불신임 쪽에 표를 던졌지만 회사는 편집국장 교체를 거부했다. 한 편집국 기자는 “대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부당하게 기사 크기를 줄였고, 조용기 목사 일가의 비리가 불거졌을 때는 일방적으로 조 목사 편을 드는 기사를 지시해 기자들의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7년차 기자는 “회사에 최소한의 상식만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것인데, 108명의 조합원이 여기서 실패해 그냥 회사로 돌아간다면 과연 국민일보의 미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사쪽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회사는 파업중인 노조원 23명을 업무방해·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회사는 또 이날 국민일보 누리집에 글을 올려 “노조와의 싸움을 ‘영적 전쟁’으로 규정하고, 끝까지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사쪽의 강경대응뿐 아니라 <문화방송>(MBC), <한국방송>(KBS) 등 방송사 파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조합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편집권 독립을 위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냈지만, 아무래도 종교권력과 싸우는 것이 힘들다”며 “특히 노조의 주장을 기독교인들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12일 저녁 8시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시사평론가, 소설가 공지영씨 등이 참여하는 ‘파업 대부흥회’를 열고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조 사장의 자격 논란은 이번 사태의 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노조는 “조민제 사장은 미국 국적으로 한국 신문사의 대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 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일보 현 대표이사가 미합중국인이므로 신문법 제13조 4항 2호 위반”이라고 결론 내고 서울시에 이를 통보했다. 서울시장은 최종 검토 뒤 3개월 이내에 발행정지 명령과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조 노조위원장은 “오는 13일 열리는 국민문화재단 이사회에서 신문법 위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며 “조민제 사장이 물러나고 편집권 독립 등 국민일보를 정상화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이충신 박현정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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