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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산부인과 찾아 도시로 ‘원정 출산’ 갈수록 는다

등록 2012-03-12 21:19

지방 시·군 지역 산모들
“수혈 힘든 작은 병원 불안”
비용부담에도 대형병원행

전국 27곳 산부인과 없거나
응급 대처 어려운 소규모
강원도에 사는 산모 이아무개(39)씨는 쌍둥이를 임신했다. 초산에 노산이라 가뜩이나 근심걱정이 많았던 이씨는 최근 출산을 한 친구로부터 “동네 산부인과에선 출산시 수혈할 혈액을 충분히 확보해 놓지 않아, 응급상황에선 큰 병원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씨는 고민 끝에 결국 친정이 있는 서울로 올라와 출산 준비를 하고, 날짜를 정해 대형병원에서 제왕절개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내가 사는 지역의 산부인과는 대부분 소규모라서 출산을 앞두고 산모들이 많이 불안해한다”며 “말로만 지역격차 해소를 부르짖지 말고, 국가가 나서 국립대병원 수준의 산부인과를 개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방 산모들의 ‘상경 출산’이 늘고 있다. 지방 시·군 단위 지역 가운데 산부인과가 없는 곳이 많은데다, 있다 해도 규모가 작아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할까 우려해 금전적·시간적 부담을 무릅쓰고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농림수산식품부가 전국 농어촌 140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공서비스 수준을 점검·발표한 결과를 보면,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지역이 인천 옹진군, 강원 고성군, 충북 단양군 등 27곳이나 됐다. 충북의 한 군 지역에 살고 있는 산모 정아무개(34)씨 역시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대형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했다. 정씨가 사는 지역에는 산부인과가 없다. 때문에 정씨는 임신을 한 뒤 산부인과 정기검진 때마다 30~40분 동안 차로 이동해 근처 시 지역 산부인과에 다녔다. 하지만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정씨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어, 결국 대형병원을 찾아 수도권으로 올라왔다. 정씨는 “첫째 때도 태반이 약해 조산을 했는데, 밤에 갑자기 산통이 올 경우 이동하다 아이가 잘못될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며 “근처 시 지역 병원 역시 규모가 아주 큰 것은 아니어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상경 출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 산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대형병원을 찾아 상경 출산하려는데, ○○병원 어떠냐”는 질문을 줄을 잇는다.

의사들은 응급수혈을 위한 혈액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경남 지역의 한 소규모 산부인과 의사는 “적십자 혈액원의 혈액공급이 대형병원 위주라 위급상황에서 혈액확보가 힘든 경우가 많다”며 “헌혈자가 있다 해도 혈액적합성 검사를 해야 하는데, 임상병리사가 없는 우리 병원은 이를 큰 병원에 의뢰할 수밖에 없지만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충북 지역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아이와 산모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 제왕절개 역시 큰 병원에서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산모들 사이에 퍼져 있다”며 “이런 이유로 초기진료나 정기검진은 작은 병원에서 받아도 실제 출산 때는 대형병원을 찾는다”고 전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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