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사칭범’ 알고보니 ‘전자발찌범’
현장서 성범죄 전력 알아…경찰, 피해자 수사중
현장서 성범죄 전력 알아…경찰, 피해자 수사중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공동연출자 신아무개(35) 피디가 자신을 사칭하고 다니던 가짜 피디를 직접 붙잡아 지난 3일 경찰에 넘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신 피디를 사칭했던 김아무개(37)씨는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로 실형을 살았던 전력이 있으며 신 피디에게 붙잡힐 당시 전자발찌(성범죄자 위치추적기)를 차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경찰과 방송업계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신 피디는 지난 1월 한 배우 매니저로부터 ‘차기작으로 사극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전화 문의를 받았다. 당시엔 잘못된 소문이 떠도나 싶어 그냥 넘겼지만, 지난 2일 또다른 배우 지망생 매니저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자 누군가 자신을 사칭하고 다닌다는 것을 직감했다. 신 피디는 더이상의 피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김씨한테서 연락을 받은 배우 지망생에게 가짜 피디를 유인해 줄 것을 부탁했다. 배우 지망생이 용기를 내어 3일 밤 가짜 피디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고, 신 피디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무술감독·친동생 등 지인 여덟명을 이끌고 현장으로 향했다. 가짜 피디가 배우 지망생과 술을 마신 뒤 강제로 택시에 태워 어디론가 출발하려고 하자 이를 지켜보던 신 피디 일행이 나서 김씨를 붙잡아 인근 파출소로 끌고 갔다. 지난해 6월 출소한 김씨는 신 피디를 사칭해 사극을 준비한다며, 전통 예술을 공부하는 대학생 등에게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혜화경찰서는 김씨에 대해 폭행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6일 죄질이 나쁘지만, 범죄 혐의가 구속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해 영장을 기각했다. 사건 특성상 또다른 피해자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여긴 신 피디는 11일 조현오 경찰청장 앞으로 ‘나를 사칭하는 사람을 직접 잡았다. 서울 시내 경찰서가 공조해 수사에 힘을 실어 달라’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 범죄는 친고죄라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안에 고소를 해야 한다”며 “또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계속해서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경준 “BBK 말 바꾼 이유는 검찰 협박때문에…”
■ “‘이명박 BBK 대표이사’ 명함 또 나왔다”
■ 001로 건 ‘제주 7대경관 투표’, 국제전화 아니었다
■ 정화조 맨홀서 신생아 추정 주검 발견돼
■ 이름만 100가지, 배꼽 달린 물고기를 아시나요
■ 김경준 “BBK 말 바꾼 이유는 검찰 협박때문에…”
■ “‘이명박 BBK 대표이사’ 명함 또 나왔다”
■ 001로 건 ‘제주 7대경관 투표’, 국제전화 아니었다
■ 정화조 맨홀서 신생아 추정 주검 발견돼
■ 이름만 100가지, 배꼽 달린 물고기를 아시나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