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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고뭉치들과 놀아봐요, 학교폭력 줄어요’

등록 2012-03-15 20:06수정 2012-03-15 22:16

지난 2009년 청소년·청년 커뮤니티 ‘필통넷’이 기획한 ‘얘너나 프로젝트’에 참가한 중3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모습.  하자센터 제공
지난 2009년 청소년·청년 커뮤니티 ‘필통넷’이 기획한 ‘얘너나 프로젝트’에 참가한 중3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모습. 하자센터 제공
‘청소년 폭력’ 한-일 교육포럼
소통 나선 어른들 경험 소개
“가르치기보다 신뢰가 중요”
“학생들 위해 학교가 변해야”
청소년·청년 커뮤니티 ‘필통’의 기획자 한운장(29)씨는 2009년 여름 ‘얘너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일본의 한 교사가 쓴 에세이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의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학교에서 말썽을 부리거나 학교를 떠난 이른바 ‘문제아’들과 함께 어울리며 노는 내용이었다.

한씨와 뜻을 함께한 5명이 모였다. 이들은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문제 학생’으로 분류된 27명과 함께 8주간 자서전 쓰기를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지 못했다. 한줄 쓰고 나면 어느새 옆 친구와 ‘따귀 때리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씨 팀은 상관 않고 한두줄씩 써내려간 학생들을 칭찬했다. 작은 성과를 축하하며 사기를 북돋웠다. 4주차에 접어드니, ‘공중부양’하던 아이들의 엉덩이가 의자에 내려와 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이4(A4) 종이에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반에서 도둑으로 몰려 억울했던 일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때 △술 마시다 부모님한테 걸린 일 △어른들한테 하고 싶은 말 등을 적어 내려갔다. 한씨는 이 과정을 기록해 이듬해 펴낸 전자책에서 “불안해서 앉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적이 아니다’는 자세로 신뢰를 주니, 점점 집중력을 발휘하고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며 “어른들이 가르쳐서 아이들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소회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에서 ‘청소년 폭력과 부적응을 말하다’를 주제로 한-일 교육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10대 아이들과 꾸준히 어울리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제주에 사는 교육운동가 장재연(37)씨는 약 5년 전부터 지역의 아이들을 만나고 다닌다. 자퇴한 아이들이나 가정불화로 고민이 있는 아이들을 알음알음 소개받았다. 만나면 밥 먹고 차 마시고 얘기를 나누는 게 하는 일의 전부다. 장씨는 “문제아들만 따로 모아 특별한 프로그램을 해도 달라지는 아이는 많지 않다”며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른이나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의 한 학교에서 학생 교육 프로그램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은 장씨는 역으로 선생님들에게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장씨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바꾸려면 우선 학교가 달라져야 한다”며 “좀더 많은 어른들이 좀더 많은 시간 동안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울린다면 학교폭력이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문제가 크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경북 구미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을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쉼터로 이용하게 한 임천숙씨의 사례와, 밴드 활동으로 청소년들 사이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유유자적살롱’의 경험담 등이 소개됐다. 또 일본의 히키코모리 전문가인 야마모토 고헤이 교수가 발표자로 나서, 한국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과 유사한 일본의 집단 괴롭힘 사건을 소개하며, 도움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학교와 사회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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