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 방침이 정해진 1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문에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검찰 무엇을 밝혀야 하나
사찰가담 대부분 ‘영포라인’…실체 밝혀야
1차수사 부실 의도적이었는지도 규명 필요
사찰가담 대부분 ‘영포라인’…실체 밝혀야
1차수사 부실 의도적이었는지도 규명 필요
검찰이 드디어 민간인 사찰 사건 재수사에 나선다. 애초 검찰은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가 이어졌는데도 재수사에 소극적이었다. 1차 수사 당시 부실 수사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의혹이 제기됐던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현재 법무부 장관으로 있고, 당시 수사라인이 여전히 요직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재수사에 일정한 한계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있었던 탓도 있다. 그러나 검찰의 재수사마저 부실할 경우, 총선 이후 특검 수사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어려울수록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 ‘증거인멸’ 실체를 밝혀라 2010년 7월9일, 검찰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하러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나갔을 때 직원들 컴퓨터는 하드디스크가 영구 삭제된 ‘깡통’ 상태였다. 4만5천장에 이르는 종이자료도 모두 파쇄됐다. 수사팀은 가방 하나면 충분할 압수물을 몇 개의 상자에 나눠 담고 신문지까지 채워서 들고 나와야 했다. 압수수색 시점을 예상하고 사전에 관련자료를 인멸하는 범죄행위가 정부기관인 국무총리실에서 버젓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고작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이인규 지원관과 진경락 전 총괄기획과장, 장 전 주무관을 기소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국기를 뒤흔든 중대범죄였는데도 일벌백계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장 전 주무관의 주장과 녹음파일을 종합하면, 증거인멸의 지시자는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이고, 그 ‘윗선’은 돈으로 입막음을 시도한 이영호 전 비서관과 그 배후로까지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 감춰진 배후는 누구? 장 전 주무관의 폭로로 새롭게 드러난 내용을 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수족처럼 움직이면서 민간인 사찰에 나서는 ‘비선조직’이었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1차 수사 당시 민간인 사찰은 이인규 전 지원관, 증거인멸은 진 전 과장 선에서 책임 소재가 끊겼다. 그러나 재수사에서는 이 전 비서관과 최 행정관 등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전 비서관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운영했을 리 없고, 이곳에서 생산된 민간인 사찰 정보가 이 전 비서관을 통해 상부로 보고됐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이 전 비서관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움직인 ‘윗선’이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하는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을 비롯해 최 전 행정관, 이 전 지원관, 김충곤 전 점검1팀장, 원충연 전 점검1팀원 등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상당수가 경북 영일·포항 출신 공무원(영포라인)이라는 점에서 이상득 의원이나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이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 부실수사, 고의냐 실수냐? 장 전 주무관은 최 전 행정관에게서 증거인멸 지시를 받으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민정수석실과도 얘기가 다 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과의 대화에서도 “(재수사가 이뤄지면) 우리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여태까지 검찰에서 겁을 절절 내면서 나에 대해 조심(했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검찰의 수사를 무마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수사 의뢰 4일 뒤에야 이뤄진 압수수색이 증거인멸의 빌미를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정치권에서는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준규 총장을 소외시키고 권재진 민정수석과 직거래하고 있다”는 주장도 많았다. 1차 수사 당시 ‘보이지 않는 고공플레이’가 이뤄졌는지도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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