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의 당사자가 우리나라에서는 힘있는 집단이어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한승헌 위원장은 사개추위 출범 6개월을 맞아 22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힘있는 집단’으로 대법원, 검찰, 교육계, 군을 지목하며 그동안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개혁 마인드를 잃지 않고 인내를 가지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최대공약수를 만들고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기 때문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평검사들이 반발했던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한 뒷얘기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 대검과 조서의 증거능력, 영상녹화물, 조사자 증언 가운데 두 가지는 의견접근이 이뤄진 상태였다”며 “검사들의 뒤늦은 문제제기가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잘 모르겠더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법원장 인선과 관련해서는 ‘기성복론’을 펴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 처지에서 볼 때 대법원장으로 당당히 걱정 없이 내세울 만한 인물은 매우 드문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대법원장 인선은 기성 법조인 가운데, 상대적인 평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를 채용하거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필요한 게 기성복 논리”라며 “맞춤 양복도 마음에 안 들 때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치수와 취향에 가깝게 선택한 기성복이 나을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김선수 기획추진단장은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 운영의 법제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단장은 “사법개혁위원회가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가 대법원 내규로 운영되고 있다”며 “자문위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올해까지 지켜보고 자문위 운영을 법률로 규정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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