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2010년 7월9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해 물품을 들고나오고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민간인 사찰 1차 부실수사 무엇이 문제였나
수사의뢰 나흘만에 압수수색…이미 자료 삭제 끝나
“8일 수색” 정보 샌 의혹…최종석 출장조사도 의문
핵심고리 이영호에겐 증거인멸 지시 여부 안 물어
수사의뢰 나흘만에 압수수색…이미 자료 삭제 끝나
“8일 수색” 정보 샌 의혹…최종석 출장조사도 의문
핵심고리 이영호에겐 증거인멸 지시 여부 안 물어
“제가 자료 삭제를 지시했습니다. 맞습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 하드디스크 삭제를 지시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의 발언은 결국 ‘하수인’에 불과했던 지원관실 진경락 과장을 주범으로, 장진수 주무관을 종범으로 기소하고 끝낸 2010년 검찰의 1차 수사 결과가 부실했음을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검찰의 1차 수사는 첫걸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검찰은 2010년 7월5일 총리실로부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수사의뢰를 받은 뒤 나흘 만인 9일 지원관실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나흘 전인 7월5일, 진 과장과 장 주무관 등은 하드디스크를 서둘러 삭제했고, 이틀 뒤엔 컴퓨터를 아예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 복구 불능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늑장 압수수색 탓에 하드디스크에 저장돼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증거들을 날려버린 것이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7월5일 오후에야 수사의뢰를 받아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고, 6일에 김종익씨를 조사한 뒤 8일에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적법 절차를 지켜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 사찰 문제는 이미 2010년 6월 하순 언론 보도와 국회에서의 문제제기로 밑그림이 다 그려져 있는 상태였다. 검찰은 증거 확보를 위해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 대검찰청의 수사 지휘부서인 중앙수사부까지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신속한 압수수색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검찰의 이런 늑장 압수수색은 진작에 문제가 됐지만, 그 배경을 둘러싼 의문은 여태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종석 행정관이 ‘검찰이 8일에 압수수색하러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는 장 전 주무관의 발언으로, 검찰의 수사 정보가 청와대에 미리 흘러갔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장 전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용 대포폰을 건넨 사실이 드러난 최종석 전 행정관을 검찰이 서울시내 호텔에서 조사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 행보였다. 검찰은 통상 피의자나 참고인은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한다. 참고인은 출석 의무가 없지만, 당시 최 행정관은 증거인멸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된 공무원 신분이었기 때문에 검찰의 출석요구를 거부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4급 공무원이던 최 전 행정관은 ‘출장조사’라는 특별한 예우를 받았다. 당시 수사팀은 그가 “참고인이라 구인을 할 수도 없어서 외부에서 조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다른 검사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이 의문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조사 자체를 막았다는 점이 새로 확인되면서 풀렸다. 최 전 행정관이 검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경우 중압감을 못 이겨 ‘진실’을 털어놓을까봐 걱정하는 ‘세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은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이 조사를 받을 때) 검찰이 증거인멸을 했냐고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0년 8월6일 이 전 비서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한 뒤 6시간 정도 형식적인 조사만 마치고 돌려보냈다. 증거인멸 수사가 본격화하기 이전이었다. 수사팀은 그 뒤 최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대포폰을 건넨 사실을 밝혀냈다. 최 전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강한 의심을 품고 최 전 행정관의 컴퓨터 로그기록 확보에 나섰지만 ‘의심스러울 게 없다’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자체 조사 결과를 통보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최 전 행정관과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증거인멸 수사는 결국 검찰 안팎의 압력에 밀려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종결되었던 것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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