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41)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블로그 사진 음란물 유포’로 기소된 박경신 교수 첫 공판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제406호 법정으로 향하는 박경신(41·사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걸음은 평소와 달리 무거웠다. ‘인터넷 재갈 물리기’ 논란을 빚었던 미네르바 사건 등의 법정에서 전문증인으로 나서 정부를 비판했던 박 교수가 난생처음 피고석에 선 날이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인 그는 지난해 7월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 성기가 포함된 사진을 올려, 방통심의위가 사법적 판단 없이 해당 사진에 대해 ‘음란물’이라며 삭제 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려다 오히려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박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방통심의위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검열자 일기’를 연재했고, 문제의 사진과 관련 글도 해당 연재물 중 하나였다. 이를 근거로 금태섭 변호사를 비롯해 모두 47명으로 변호인단이 꾸려졌고, 이들은 이날 법정에서 문제가 된 사진은 음란물이 아니며, 연구·보관용으로 블로그에 보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생태계 잘 돌아가려면
저급한 사상들 자유로워야” 첫 공판이 끝난 뒤 박 교수는 <한겨레> 기자와 만나 “표현하는 걸 가지고 형사처벌 하지 말라고 주장해왔는데, 결국 ‘표현’ 때문에 이렇게 정식 기소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나 역시 ‘미네르바’가 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가 이번 재판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성기가 포함된 사진까지 다 보호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를 하는데, 정부가 (껄끄러운) 표현물을 차단할 때는 항상 저급하다는 우회적인 이유를 듭니다. 생태계가 잘 돌아가려면 보기 좋은 꽃뿐만 아니라 미생물도 있어야 해요. 이와 마찬가지로, 문화라는 생태계가 잘 돌아가려면 저급한 사상들을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얼마 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열린 미디어법 국제모의재판 대회에 다녀온 그는 한국의 ‘표현의 자유’ 상황에 대해 되짚어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터넷과 관련된 법들을 출제해, 해당 법이 국제 인권기준에 어긋나는지를 갑론을박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문제로 제시된 법들을 살펴보니 ‘인종 분규가 있는 나라에서, 특정 인종이 주류인 정부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서비스 이용자 이름과 연락처 수집을 의무화한 법’ ‘인터넷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 신원 정보를 업체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한 법’ ‘대통령 부인 등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오면 정부가 차단 삭제할 수 있는 법’ 같은 게 있었어요. 국내에서 시행중인 인터넷실명제·통신자료제공제도의 근거 법들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박 교수는 “이런 법들에 대해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게 대회 참가자들의 의견이었다”며 한국 상황에 시사하는 의미를 강조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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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급한 사상들 자유로워야” 첫 공판이 끝난 뒤 박 교수는 <한겨레> 기자와 만나 “표현하는 걸 가지고 형사처벌 하지 말라고 주장해왔는데, 결국 ‘표현’ 때문에 이렇게 정식 기소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나 역시 ‘미네르바’가 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가 이번 재판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성기가 포함된 사진까지 다 보호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를 하는데, 정부가 (껄끄러운) 표현물을 차단할 때는 항상 저급하다는 우회적인 이유를 듭니다. 생태계가 잘 돌아가려면 보기 좋은 꽃뿐만 아니라 미생물도 있어야 해요. 이와 마찬가지로, 문화라는 생태계가 잘 돌아가려면 저급한 사상들을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얼마 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열린 미디어법 국제모의재판 대회에 다녀온 그는 한국의 ‘표현의 자유’ 상황에 대해 되짚어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터넷과 관련된 법들을 출제해, 해당 법이 국제 인권기준에 어긋나는지를 갑론을박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문제로 제시된 법들을 살펴보니 ‘인종 분규가 있는 나라에서, 특정 인종이 주류인 정부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서비스 이용자 이름과 연락처 수집을 의무화한 법’ ‘인터넷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 신원 정보를 업체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한 법’ ‘대통령 부인 등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오면 정부가 차단 삭제할 수 있는 법’ 같은 게 있었어요. 국내에서 시행중인 인터넷실명제·통신자료제공제도의 근거 법들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박 교수는 “이런 법들에 대해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게 대회 참가자들의 의견이었다”며 한국 상황에 시사하는 의미를 강조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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