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선 파주시장.
홈페이지 등 공개적 쓴소리
“권위적이고… 술마시면 출근않고… 투기에만 관심”
“권위적이고 어영부영한 담당(공무원), 병원치료 핑계로 자주 자리를 비우는 담당, 술 마시면 출근 않고 연락두절되는 담당, 땅투기만 관심 있는 담당….”
유화선(57·한나라당·사진) 경기 파주시장이 게으르고 무능력한 공무원과의 ‘전쟁’에 나섰다. 유 시장은 이처럼 스스로 분류한 ‘문제 직원(공무원)’ 유형을 분류해 18일 시 공무원들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내고, 파주시청 홈페이지(pajuro.net)에도 올렸다.
그가 분류한 42가지의 문제유형은 매우 구체적이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감사담당관실과 기획재정국에는 권위적이며 민원대응에 비협조적인 담당이 있고, 도시건설국에는 차에서 낮잠을 즐기는 담당이 있으며, 문산·파주·법원·교하·조리읍에는 (부동산) 보상금을 많이 받아 일에 관심없이 건달처럼 행동하는 담당이 있다”는 식으로 국마다 보통 5~6가지에 이른다. 유 시장은 이어 “국장은 과장, 과장은 담당이나 주무급 직원, 담당은 그 밑에 문제 직원이 있다면 보고를 바란다”며 한발 더 나아갔다.
사실상 특정인을 지명한 것 아니냐고 일부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시장이 너무 노골적으로 직원들을 공격하는 것 아니냐”면서 ”부서마다 누가 시장이 지적한 문제 직원인지 꼽아보기도 하는 등 시 공무원들이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 시장은 이어 25일에도 직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게으르고, 부도덕하고, 무책임하고,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그래서 시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부하를 감싸기만 하면 그것이 바로 시장의 직무유기이고 간부들의 책임 회피”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지난번에 경고한 뒤로 제발 저린 직원들이 불평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이를 계기로 업무 태도가 좋지 않은 공무원들이 분발하고 생각을 바꾸면 공무원 조직문화가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 한 공무원도 “실제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시장의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공무원들이 ‘철밥통’ 직업관 등 나쁜 습성을 바꿔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유 시장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편집국장을 거쳐 한국경제TV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는 취임 이후 파주시청 민원처리기간을 예전의 60% 수준으로 단축시키는 등 공무원의 경쟁력 강화와 행정혁신을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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