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총학 등 후보검증에 ‘정치적 중립’ 내세워 금지
전문가 “독려는 못할망정…법적 근거 없는 잘못된 해석”
전문가 “독려는 못할망정…법적 근거 없는 잘못된 해석”
대학 총학생회가 총선 출마자들을 초청해 정책검증 토론회를 열려고 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가 ‘학생회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토론회를 금지해 학생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지역의 청년 주거문제 연구모임인 ‘하우징롸잇 프로젝트’의 말을 들어보면, 서강대·홍익대 총학생회와 청년단체 등은 총선을 앞두고 최근 신촌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청년 정책을 검증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토론회 준비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에 저촉되는 게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23일 서대문구선거관리위원회에 절차 등을 물었다. 서대문구선관위는 행사의 주요 주최자가 대학 총학생회라는 사실을 알고, “학생회 등은 대담·토론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 근거로는 199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린 유권해석을 들었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선언한 헌법 31조 4항의 이념과, ‘교육은 어떠한 정치적 선전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교육의 근본 목적을 밝힌 교육법 5조의 정신 등을 종합해볼 때, 학생회 또는 대학교는 선거운동으로 이용되는 후보자 초청 대담·토론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했다. 대학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선거운동으로 이용될 수 있는 토론회를 열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유권해석이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대담이나 토론회가 선거운동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거운동이 금지된 단체는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운동 금지단체에 대학이나 학생회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우징롸잇 프로젝트’ 참가자인 성승현(29)씨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왜 학생들의 자치기구인 학생회에까지 적용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청년정치가 확대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고,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독려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고루한 유권해석으로 직무유기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의 자문을 맡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육과정이 정치적으로 편향돼서는 안 된다는 뜻인데, 이를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금지하는 데 끌어들인 건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당시 결정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육기본법의 취지를 고려해 학생회의 토론회 주최를 금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이를 고려해, 당시 유권해석을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신속히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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