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2차 사법파동 주역 한기택 판사 숨져
‘우리법연구회’ 회장 지낸 법원 개혁파
법원의 개혁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한기택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24일 말레이시아에서 가족과 여름휴가를 보내다 수영 도중 숨졌다. 향년 46. 사인은 심장마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판사는 1988년 김용철 대법원장의 유임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대법원 구성에 즈음한 우리들의 견해’라는 전국 법관들의 서명운동을 주도해 김 대법원장의 퇴임을 끌어낸 이른바 ‘2차 사법파동’의 주역이었다. 그는 그 뒤 법원 안에서 꾸준히 개혁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지난해 2월 법관 인사 때 승진코스로 여겨지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발령받았을 때, ‘우리법연구회’ 게시판에 ‘법원의 관료화’를 경계하는 글을 남겨 후배 법관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대전에 내려가며’라는 글에서 “우리가 ‘그 무엇(고등부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포기할 수 있으면 평정권자에게 예속될 이유도, 내가 관료화할 이유도 없다”며 “그것만이 우리 사법부가 살 길이고, 내가 목숨을 걸고 악착같이 붙들어야 할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 법정에 있고, 기록에 있다”는 소회를 남겼다.
2차 사법파동에 함께했던 김종훈 변호사는 “동료, 선후배들이 헤매고 있을 때 조용히 있던 그가 살며시 미소 지으며 한마디 하면 그것으로 끝일 정도로, 존경과 신망을 한몸에 받던 사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상연씨와 1남2녀가 있다. 빈소는 26일 오전 고인의 주검이 운구되는 대로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장례식 일시는 가족들이 도착한 뒤 결정한 예정이다. (02)3410-6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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