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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리운전 업계에 ‘베스트셀러’처럼 퍼진 개인정보

등록 2012-04-04 14:05수정 2012-04-04 16:06

대리운전 관리 업체 서버 해킹해
우리나라 승용차 소유자의 절반이 넘는 767만명의 휴대전화번호가 해킹돼 대리운전 영업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업체고객들 5400여명의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도 해킹 대상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봉석)는 4일, 불법적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거래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휴대전화 판매업자 임아무개(44)씨를 구속 기소하고, 대리운전업체 대표 오아무개(54)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범죄는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해커 배아무개(40·기소중지)씨에게서 시작됐다. 배씨는 지난해 대리운전 회사의 서버를 관리하는 업체를 해킹해, 이용고객의 전화번호, 출발지, 도착지, 요금, 출발·도착 시각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 2600만건을 빼냈다. 중복 전화번호를 제외하면 모두 767만건으로, 우리나라 승용차 등록대수(1363만대)의 56.3%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배씨는 이 정보를 ‘○○○ 디비(DB)’라고 이름 붙였다. 배씨는 대부업체 여러곳의 고객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등 개인정보 5400여건도 입수했다.

배씨는 이 정보를 국내 동업자인 휴대전화 판매업자 임씨와 카드결제 시스템 개발업체 대표 김아무개(43·불구속 기소)씨에게 넘겼다. 김씨는 배씨에게서 받은 개인정보를 재가공해 300만건의 휴대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김씨는 배씨에게서 대리운전기사 5만명의 개인정보도 넘겨받았다.

임씨는 배씨에게서 받은 ‘○○○ 디비’를 대리운전업체 대표 오아무개(54·불구속 기소)씨에게 1300만원을 받고 팔았다. 이 디비는 대리업체 대표들 사이에서 계속 유통됐다. 고아무개(45)씨는 지난해 2월, 이름을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서 500만원을 주고 이 디비를 샀고, 송아무개(52)씨에게 300만원을 받고 팔았다. 송씨는 한 달 뒤, 강아무개(40)씨 등 3명에게 400만원을 받고 이 디비를 넘겼다. 배씨가 빼낸 ‘○○○ 디비’가 대리운전 업계에서 ‘베스트셀러’처럼 유포된 셈이다. 이 디비를 손에 넣은 대리운전 업체는 자사를 홍보하는 수백만 건의 스팸 문자메시지를 뿌렸다.

수사 과정에서는 이보다 더 광범위하게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정황이 포착됐다. 임씨가 대리운전 업체 사장들에게 보낸 ‘작업견적서’를 보면, 국내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문자발송업체 25곳의 보안상태를 3단계로 구분했다. 그리고 보안상태에 따라 ‘1500만원+알파’, ‘2000만원+알파’, ‘3200만원+알파’로 가격을 매겨놨다. 또 임씨는 배씨에게서 넘겨받은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대한치과의사협회(회원수 2600명) 회원 개인정보를 열람하기도 했다.

검찰은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사이트는 사이트 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정보 추가 해킹·거래 여부에 대해 수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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