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오르면 공짜, 과천서 오르면 300원
‘서울에서 오르면 공짜, 과천에서 오르면 300원?’
“입장료를 안 내니까 좋네요. 액수는 별게 아니지만 기분이 다르잖아요?” 25일 서울 관악구 쪽 등산로로 관악산을 오르던 박춘자(51)씨는 “입장료가 무료로 바뀌고 나서 관악산을 더 자주 찾는다”며 웃었다. 반면 과천시 쪽에서 산을 오르던 김아무개(30)씨는 “산을 오르는 데 꼭 돈을 내야 하냐”며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과 경기 남부지역 주민들의 친근한 휴식처인 관악산 입장료가 등산로마다 제각각이다. 관악산은 서울시 관악구(관악산 면적의 59% 차지)와 금천구(11%), 경기도 안양·과천시(30%) 등 행정구역상 4개 지역에 걸쳐 있는데, 입장료를 징수하는 곳은 과천시뿐이다. 지난해까지 500원(어른 기준)을 받았던 관악구 쪽 들머리는 올해부터 무료로 바뀌었다.
과천 쪽 등산로에서 만난 김아무개(66)씨는 “다른 곳은 입장료를 안 받는데, 유독 과천만 받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불평했다. 과천에 산다는 이아무개(50·여)씨는 “나는 일부러 돈을 안 받는 오후 5시가 지나서 산책을 나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입구마다 입장료가 다른 것은 관악산이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돼 각 자치단체가 관리를 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입장료 수입보다 징수 비용이 더 많이 들어 무료로 전환했다”며 “입장료를 포기하더라도 서울시가 유지관리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공원 관리에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관악구 쪽 등산객 수는 입장료를 폐지한 뒤 하루 평균 5천~7천명에서 7천~1만명으로 30% 가량 늘었다.
반면 과천시청 관계자는 “공원 관리에 자체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아직 입장료 폐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등산객은 “평일 100~200명이 들어가는 공원에 매표소 직원을 두 명이나 배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호을 기자, 최현준 인턴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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